박 대통령, ‘포트스 이완구’ 해법은

입력 2015-04-22 16:41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표명 후폭풍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정치개혁’에 이어 ‘사회개혁’ 카드를 거듭 꺼내들었다. 정치 및 사회개혁 바람을 통해 국정 공백상태를 최대한 조기에 메우고 예정된 개혁과제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곧바로 후임 총리 인선 및 국정과제 이행 등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실제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개혁·사회개혁으로 현 정국 돌파 강조=박근혜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세 번째 방문국인 칠레의 첫 일정으로 동포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회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현재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여러 적폐를 해결하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여가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해 반드시 경제 재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사회개혁을 주문한 것은 이번 순방이 처음이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원론적 발언일 수도 있지만 외교일정 중 동포간담회가 국내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런 만큼 개혁을 통한 정국 정면돌파에 박심(朴心)이 담겼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전날 이 총리 사의 표명을 보고받은 뒤에도 고강도의 ‘정치개혁’을 흔들림 없는 국정 기조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엔 개혁 없이는 흔들리는 국정을 추스를 수 없다는 절박감도 배여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개혁 언급에 대해 “귀국 이후 대통령이 언급하실 국정 방향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고강도의 정치·사회개혁 드라이브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총리 사의 수용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성완종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악의 상황인 여론을 반전시킬 뾰족한 다른 카드도 마땅치 않은 게 고민이다.

◇박 대통령, 후임 인선 신중모드 속 고심=박 대통령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 총리의 후임 인선이다. 이미 집권 3년차를 맞아 친정(親政)체제를 강화하고, 국정과제를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려 했던 ‘이완구 총리 카드’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상황에서 후임 인선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후임 총리를 내정해야 하지만, 현 정부 최대의 ‘트라우마’가 총리 인선인 점을 감안하면 언제라도 또 다른 복병을 만날 수 있는 점이 최대 고민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도덕성과 추진력을 동시에 갖춘 총리감 물색 과정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미 후임 총리 인선을 위한 실무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여권 내에선 도덕성이 검증된 고위관료 출신이 후임 총리에 적합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귀국한 이후 여러 상황을 두루 고려해 인선 작업을 진행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살리기·각종 개혁과제 이행 주력=돌발변수 외에 박 대통령이 처리해야 할 당면 과제는 경제 활성화와 각종 개혁과제 이행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이미 ‘국론분열로 경제 살리기의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천명한 바 있다. 또 야당에도 정치 공세보다는 공무원연금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와 민생 현안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 상반기 최대 국정과제인 공무원연금 및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의 시기를 또다시 놓쳐버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산티아고(칠레)=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