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준호 전 상무, 경남기업 CCTV 모두 끄라고 지시”

입력 2015-04-22 18:00

법정관리 책임을 지고 성완종 전 회장을 비롯해 경남기업 임원진이 총사퇴했던 지난달 30일부터 3~4일간 경남기업의 CCTV가 모두 꺼져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가 이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22일 새벽에 긴급체포했다. 경남기업 직원 일부도 함께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수행비서 이모(43)씨를 소환하고 본격적인 정·관계 로비 수사에 착수했다.

22일 복수의 경남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임원진이 사표를 내고 이삿짐을 싸는 등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본사의 내부를 감시·촬영하는 CCTV가 꺼졌다. 이후 3~4일간 꺼진 채로 방치됐다. 한 경남기업 관계자는 “박 전 상무가 ‘30분 정도 CCTV를 끄라’고 지시했다. 전체 CCTV가 모두 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는 “박 전 상무가 나중에 CCTV가 며칠간 켜지지 않은 채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당황했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CCTV를 관리하다 보니 서로 말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CCTV가 꺼져 있는 동안 임원들이 이삿짐 등을 핑계로 분식회계·횡령·배임 등에 관련된 각종 주요자료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검찰은 지난 19일 경남기업 본사에서 CCTV 영상 가운데 일부가 비는 것을 확인하고, 21일 3차 압수수색 때 녹화파일을 확보했었다.

여기에다 경남기업은 이즈음 노동조합과 갈등을 이유로 본사 엘리베이터를 성 전 회장 집무실이 있는 3층에만 서도록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엘리베이터를 자료 은폐 및 유출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검찰은 22일 오전 2시30분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박 전 상무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그와 경남기업 직원 일부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일련의 증거인멸 행위가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박 전 상무의 단독 행위인지를 확인 중이다. 당시 성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본격적인 구명 활동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이씨는 성 전 회장을 아버지처럼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성 전 회장은 국회의원이 된 뒤 이씨를 의원실 수석보좌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씨는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지난 8일 오후 박 전 상무 등과 마지막 대책회의에 참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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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이경원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