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의 거울 …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 42년 일기 출간

입력 2015-04-22 15:47 수정 2015-04-22 16:02
국민일보DB

“내 사랑은 아직도 저 총총한 눈망울 반짝이는 아이들한테 가 있다.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1986년 2월27일)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한 유명 아동문학가이자, 일제시대 교사를 했던 일을 치열하게 반성한 양심적 지식인 이오덕(1925~2003) 선생의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오덕 선생은 산골 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62년부터 세상을 떠난 2003년 8월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햇수로 42년 동안, 모두 98권의 일기장이 채워졌다.

양철북출판사는 2013년, 원고지 3만7000여장에 달하는 이 일기를 5권의 책으로 엮은 적이 있다.

올해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일기를 단권 ‘나는 땅이 될 것이다’로 간추려 펴냈다. 416쪽. 1만3000원.

일기를 쓸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1부에는 이오덕 선생이 산골 교사로 일하던 시절 쓴 일기를 담았다. 가난하고 힘없이 살아가는 산골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학교 행정을 지켜보며 무력해진 심경이 담겨 있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괴로움의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교육이 안 된다. 그 많은 아이들을 일제히 호령만 해서 무엇을 시켜보려고 하니 되는 일이 없다.”(1971년 10월23일)

2부는 경기도 과천에서 아동문학가이자 사회 운동가, 우리말 운동가로 활동하며 고민하는 모습이 적혔다.

3부에는 이 선생이 충주 무너미 마을에 있는 큰아들 집으로 이사한 뒤 아픈 몸으로도 하루하루를 한평생처럼 살아가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아직 나는 죽을 수가 없고 죽어서도 안 된다. 오늘 할 일을 해야지. 오늘은 점심을 아주 조금만 먹기로 하고, 저녁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글 한 편을 써야겠다.”(2000년 9월3일)

가난한 농민들을 투표장에 밀어 넣은 부정 투표 현장과 5·18 민주화 운동을 무력하게 바라본 자괴감, 월북 작가 시집을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심문당한 일까지 상세하게 적은 그의 일기는 그 자체로 시대의 기록이다. 하지만 책 전체를 온기로 감싸는 것은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과 걱정이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의 거짓 모습을 비춰 보는 거울이다. 나는 아이들 글을 보면서 살아온 것을 진정 다행으로 생각한다.”(1985년 4월10일)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