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화가 장 마리 자키의 한국 초대전이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남서울대학교 아트센터 갤러리 이앙에서 열린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원활한 관계: 파리-서울’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유화 판화 드로잉 등 50여점의 작품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예술 교류의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파리의 현대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자키는 1963년 그랑 팔레에서 열린 전시회로 화단에 입문했다. 루이 14세에 의해 창설된 프랑스화가협회(SAF) 회장, 공식군인화가협회 명예회장을 지냈으며, 레지옹 도뇌르 국가훈장 등을 수상했다. 2010년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 기념전시회에 프랑스 대표작가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청색·백색·녹색을 중심으로 푸른 꽃과 자작나무와 바다 풍경 등을 서정적인 화폭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파리의 이른 아침’ ‘시간의 투명함’ ‘마술적 장소’ 등 푸른빛이 감도는 그림을 내놓는다. 18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인 노발리스의 시를 연상시키는 푸른 꽃 작품은 애잔한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붓질,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러내는 색채, 간결하면서도 산뜻한 구성이 돋보인다. 이 시대에 팽배한 황금만능주의의 물결에 역류하면서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작업이다. 전시를 기획한 서승석(프랑스·아시아 친선협회 한국대표·미술평론가)씨는 “자키의 전시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02-3672-0201).
악보에 생명을 이식해야 음악이 되듯, 화폭에 생명을 이식해야 그림이 된다. 자키는 52년간 하얀 화폭에 생명을 불어넣는 성스런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산란기에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며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의 시원을 찾는 연어처럼, 자키는 우리에게 인간의 참된 본성을 되돌려주기 위해,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자키의 예술세계는 절제의 미학으로 특징된다. 사물의 본성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묘사를 최대한 단순화시킨 정갈함, 끝없이 샘솟는 찬란한 색채의 환희, 한낮의 정적 속에 은밀히 녹아드는 투명한 지중해 햇살의 유희, 하얀 꽃병에 수직으로 꽂힌 꽃다발 등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내면세계의 심오함을 돋보이게 한다.
서씨는 프랑스와 한국의 우정이 돈독해지기를 염원하며 ‘은하수 저쪽’을 지었다. “무수한 별들이 이룬 강 은하수/ 지상에 와서 흐른다면/ 한강이 되고/ 센강이 될까?// 나는 이쪽 한강에서/ 그대가 울리는 노트르담의 종소리를 듣고/ 그대는 저쪽 센강에서/ 내가 두드리는 불국사의 목탁소리를 듣겠지// 사랑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것/ 센강과 한강에 걸려있는 무지개/ 사랑을 잡으려는/ 우리의 손은 겨울에도 더욱 뜨겁구나.”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푸른빛 서정 붓질 프랑스 국민화가 장 마리 자키 한불수교 130주년 한국 초대전 24일부터 갤러리 이앙
입력 2015-04-22 15:10 수정 2015-04-22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