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 한화 이글스 갤러리는 22일 정범모에 대한 비난과 김 감독에 대한 불신으로 들끓었다. ‘김성근 퇴진론’도 소수 의견으로 나왔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가운데 이제 17경기를 끝낸 시즌 초반의 여론이라고 하기에는 분노의 수위가 높다. 김 감독의 부임 180일 만이다. 팬들은 “한화는 이제 재기할 없을 만큼 추락했다” “김성근 감독도 성공하지 못한 것을 누가 해내겠느냐”며 절망했다.
팬들의 분노는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폭발했다. 한화는 0대 10으로 졌다. 초라한 성적만큼이나 답답한 과정이 팬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기폭제는 포수 정범모였다. 정범모는 0대 2로 뒤진 5회말 수비 때 본헤드 플레이로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본헤드 플레이는 주루나 수비 상황에서 미숙한 판단으로 저지른 실수를 말한다. 정범모의 행동은 프로로 보기 어려울 만큼 미숙했다.
정범모는 이진영(35·LG)의 타석인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걸쳐 들어온 6구째를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판단했다. 심판의 콜사인이 없는 자의적 판단이었다. 정범모는 쓰리아웃 공수교대를 생각하고 혼자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심판의 판단은 포볼이었다. LG의 밀어내기 득점 상황이었다. 포수가 비운 홈으로 2루 주자까지 들어오면서 한화는 1실점을 2실점으로 만들었다. 정범모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흐름을 빼앗긴 한화는 무너졌다. LG에 한 점도 빼앗지 못하고 10점을 내줬다. 올 시즌 9번째 패배. 한화는 중간전적 8승9패(승률 0.471)로 NC 다이노스와 공동 8위다. 한화의 아래에는 신생 구단인 kt 위즈(2승16패·승률 0.111)뿐이다. 전적의 변화가 다소 있지만 순위는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김 감독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날아간 이유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25일 부임했다. 3년 연속 최하위(2012년 8위·2013~2014년 9위)의 오명을 뒤집어쓴 한화의 재건을 위해서였다. 계약금 5억원에 연봉 5억원으로 3년 계약 조건이었다. SK 와이번스의 ‘왕조’를 이끌었던 김 감독의 합류는 한화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의 김성근식 지옥훈련은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범경기 최하위(10위·3승9패)와 페넌트레이스 초반 침체에 팬들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빈볼 지시’ 의혹 불거지고 열흘 만에 본헤드 플레이까지 나오면서 김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은 커졌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부터 정범모의 본헤드 플레이까지 한화의 180일
▲2014년 10월 25일: 김성근 감독 전격 영입.
▲2014년 10월 29일: 한화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김성근식 지옥훈련 진행.
▲2015년 3월 7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 시범경기 최종전적 3승9패. 순위는 최하위(10위)
▲2015년 3월 28일: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개막.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4대 5 패)을 시작으로 중하위권 맴돌아.
▲2015년 4월 12일: 빈볼 지시 논란. 김성근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와의 사직 원정경기에서 투수진에게 빈볼을 던지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확산.
▲2015년 4월 21일: 본헤드 플레이 논란. LG 트윈스와의 잠실 원정경기에서 포수 정범모가 미숙한 실수로 실점. 경기는 0대 10 대패.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영상=이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