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건너던 난민들이 목숨을 잃는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대책을 고심하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밀입국 중개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군사 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 28개국 회원국이 20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외무·내무장관 긴급회의를 열고 난민들이 주로 출발하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활동 중인 밀입국 조직 소탕을 위한 군사 작전을 전개키로 했다고 전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 대변인은 “리비아 내 복잡한 국제정치 상황이 밀입국 알선 업자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활개치게 한다는 점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전과 가난 등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조난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재 유럽행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도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를 떠난 난민들의 도착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마우리치오 스칼리아 검사는“5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의 시리아인, 사하라 이남 지역 출신자들이 유럽으로 가려고 리비아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사고로 사망한 난민의 수는 최소 80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는 사망자들 가운데 10~12세의 어린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카를로타 사미 UNHCR 대변인은 “800명을 조금 웃도는 수의 난민들이 승선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에트레아인 150명과 소말리아, 시리아 출신의 난민들을 태운 배가 당일 오전 8시쯤 트리폴리를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형 화물선이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가까이 오면서 큰 파도가 일어 난민선이 중심을 잃은 것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배에 타고 있던 튀니지 출신의 난민선 선장과 시리아 출신의 1등 항해사 등 2명은 밀입국 알선 등의 혐의로 이탈리아 당국에 체포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들이 사고 당시 배의 갑판 맨 윗부분에 있다가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U, 난민 밀입국 중개업자들에 군사행동 단행키로
입력 2015-04-21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