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회의 60주년에 나서는 中과 日의 서로 다른 셈법

입력 2015-04-21 17:26
60주년을 맞은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22~24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다. 올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해 30개국 정상들이 참석키로 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은 서로 다른 저마다의 계산 아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2일 아베 총리의 기조연설은 오는 8월쯤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와 29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전쟁(2차 대전)에 대한 ‘사죄’는 언급하지 않고 반성의 뜻을 표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 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성사 및 유엔 안보리 진출을 위한 여론 조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지난해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정상이 회담에서 최근 외교장관급 회담과 의회 간 교류를 재개하는 등 관계 개선 기조를 재확인하는 한편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직접 AIIB에 일본이 참여할 것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21일 전망했다.

회의에서는 유엔 안보리 개혁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이번 정상회의 선언문에 유엔 안보리의 포괄적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은 현행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을 중심으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체제에서 벗어나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모두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최근 “유엔은 세계 정의를 실현한다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라함탈레 엘노르 유엔 주재 수단 대표도 “유엔의 구조는 불공정하며 개도국의 의견이 방치돼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해 일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다. 지난달 아베 총리는 일본이 유엔에 이바지한 바를 언급하며 상임이사국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개도국 진영의 맹주임을 확인하는 한편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각국 정상들에 중국이 구상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에 참여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시 주석과 회담이 이뤄질 경우 냉랭해진 북·중 관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해 김 상임위원장과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