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기본적으로 드라마입니다. 성악가는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갖춰야 합니다.”
‘메트로폴리탄(이하 메트)의 프리마돈나’ 홍혜경(56)이 10년 만에 한국에서 오페라에 출연한다. 5월 8∼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무학오페라단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 로지나 역을 맡았다. 21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 관객들을 자주 만나고 싶지만 오페라는 콘서트와 달리 제작하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다”며 “10년 전 ‘라보엠’에서 비극 연기를 보여드렸다면 이번엔 희극 연기여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2005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오페라 ‘라보엠’에서 미미 역을 맡아 압도적인 노래와 연기로 국내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 당시 공연에서 폐병으로 죽어가는 실감나는 그의 연기를 보고 눈시울을 훔친 관객이 적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공연되는 오페라가 연기보다는 노래에 치중되는 경향에 대해 “오페라는 (관객들에게) 박물관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혜경은 조수미, 신영옥과 함께 한국의 소프라노 ‘빅3’으로 꼽힌다. 활동영역을 세계 오페라 무대로만 한정한다면 3인방 가운데 그의 위상은 더 올라간다는 평가가 많다. 1982년 한국인 최초로 메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84년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로 데뷔한 후 무려 31년째 주역으로 활동 중이다. 아시아 성악가 가운데 매 시즌 주역을 맡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 때문에 뉴욕에 있는 메트를 가장 우선시 하지만 북미와 유럽의 오페라극장에서도 러브콜을 자주 받고 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목소리가 상하지 않도록 레퍼토리를 잘 고르고 무대에 서는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면서 “아시아 소프라노가 늘 맡게 되는 ‘나비부인’ 초초 역을 피해 오다가 내년에 처음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피가로의 결혼’은 백작부인이 바람둥이 남편을 하인 피가로, 수잔나와 혼내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계급 갈등과 인간의 욕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모차르트 작품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 서정적인 목소리를 가진 그는 백작부인과 수잔나 역을 모두 즐겨했다.
지난해 연세대 교수가 된 뒤 뉴욕 오페라 무대와 서울 교단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국립오페라단장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바 있다. 그는 “솔직히 오페라단을 이끄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 “다만 제대로 하려면 자신의 100%를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은 나이 드신 어머니와 아이들 때문에 한국에서 살 수가 없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오페라의 매력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메트의 안방마님, 소프라노 홍혜경
입력 2015-04-21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