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동차·건설·제철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중동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경제 제재가 해소되고, 장기적으로 중동지역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주력 계열사들을 통한 중동 공략을 가속화하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는 20일부터 23일까지 3박4일간 두바이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주관한 ‘2015 전 세계 대리점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대차 해외법인, 전 세계 대리점 사장단 등 120개국 300여명이 참석하는 대회다. 두바이를 대회장으로 선정한 것은 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거둔 중동 지역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라고 현대차그룹 측은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대회에서 “어려운 글로벌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해외 판매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대리점 사장단에게 감사하다”며 “올해 목표 달성과 중장기 판매 전략 시행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는 대회에서 올해 해외시장 436만대 판매, 2018년까지 6000여개 차량 전시장과 고객 서비스시설 고급화 계획을 발표했다.
중동시장 공략의 선두는 역시 현대·기아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라크 등 중동 12개국에서 모두 52만248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중동에 진출한 1976년 이후 최다 판매실적으로, 2009년(26만1689대)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치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일본 도요타에 이어 2위이며, 현대차는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등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와 액센트, 투싼, 기아차의 K3, 프라이드, 모닝 등이 판매를 주도했다.
1970년대 중동 붐을 이끌었던 현대건설 역시 중동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6개 국가에서 원자력발전소, 신항만, 고속도로 등 총 22조원 규모의 30여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이란이 올 하반기 석유 플랜트, 사회기반시설 개발에 대규모 발주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카타르 역시 앞으로 도로 공항 산업단지 등 10년간 20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공사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하반기 중동 수주 확대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2011년부터 UAE 원전에 원자력 철근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 약 29만t을 공급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강 중심으로 매년 30만~40만t의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동에서 송유관, 정유시설, 발전소 등 에너지용 강재의 수요가 높은 만큼 제품경쟁력을 강화해 중동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현지 자동차 생산시설이 있는 미국 유럽 중국 수출과는 달리 100% 국내 생산 물량이 나가는 중동시장 수출은 국내 산업 유발효과가 크다”며 “저유가 상황에서 중동시장 진출이 쉽지 않지만,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현대차그룹, 삼각편대로 중동 공략
입력 2015-04-21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