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의 막후 역할이 컸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양측은 긴밀한 물밑 대화에 나서며 ‘민심 이반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이 양측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꼬를 연 것은 김 대표였다. 당 지도부는 20일 오전 9시30분 서울 관악을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이 총리에 대한 거취 문제를 본격 논의했다. 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이 끝날 때까지 거취 결정을 기다리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을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회의를 통해 ‘선(先) 사의표명, 후(後) 처리’ 방안으로 공식 입장을 틀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친분이 없었다는 이 총리 해명과 배치되는 과거 행적이 하나둘 불거져 나오면서 신뢰가 무너진 게 결정적이었다. 야당의 해임건의안 압박도 ‘대통령의 결정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인식에 불을 지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그러나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통령이 일주일이면 오신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김 대표는 정오 전후 당의 입장을 청와대와 이 실장에게 전달했다. 이 총리가 원내대표를 지낼 때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김 의원이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오후 중남미 순방차 페루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에게 당의 뜻과 국내 기류를 보고했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간 의견교환이 오가는 사이 이 총리도 본인의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이 총리는 오전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하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총리실 내에서 ‘자진사퇴’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고 한다. 이 총리는 일정을 일찍 마무리하고 오후 5시 공관으로 퇴근했다.
이 총리 퇴근 후 자정 무렵 사의 표명이 확인되기까지 7시간 동안 청와대와 남미 순방팀, 이 총리 간 연락망이 가동됐다. 이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당의 의견을 전달한 뒤, 다시 대통령의 뜻을 이 총리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총리는 오후 11시 전후 보고라인을 통해 최종 사퇴 의사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 본인이 직접 박 대통령에게 연락하지 않고 이 실장을 통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은 자정(현지시간 21일 오전 10시) 독립기념비 헌화 행사에 참석했던 만큼 최종 보고가 올라온 시점은 그 이전으로 보인다. 김 대표 역시 비슷한 시점에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5시(현지시간 오후 3시)쯤 이 총리 사의표명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다. 한·페루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비즈니스포럼 등 일정을 소화한 직후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 막전막후
입력 2015-04-21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