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남자부에서 제일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선수는 2년 전 ‘비극의 날’과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 출신 렐리사 데시사였다. 데시사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보스턴은 강하다(Strong Boston)”라고 외쳤고, 시민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데시사가 외친 이 말은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이후 시민들이 슬픔을 이겨내자며 만든 바로 그 슬로건이었다.
데시사는 2년 전 테러 당일 2시간10분22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었다. 2시간9분17초로 2년 전 기록을 갱신하며 2번째 우승을 차지한 그는 “보스턴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감격을 표했다.
폭탄 테러로 어린이를 포함해 3명이 숨지고 264명이 부상하면서 데시사는 우승 사실조차 관심 밖으로 밀려난 비운의 챔피언이었다. 당시 부상으로 주어진 금메달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보스턴 시에 기증한 바 있는 그는 “내 생각에 이 메달은 나를 위한 것 같다”며 이번에는 간직하고 싶다는 소탈한 바람도 드러냈다.
올해 대회도 보스턴 경찰은 물론 매사추세츠주 경찰까지 총동원돼 전 구간을 통제하는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졌다. 특히 21일로 예정된 마라톤 테러 사건의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두고 열리는 탓에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돌발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선고 공판이 21일 열리는 것은 변호인단이 테러 발생 이후 해마다 열리는 추모행사일인 4월 15일을 피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또 올해 대회가 열리는 20일에도 재판이 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회 다음날로 결정됐다.
테러 사건의 피고인인 조하르 차르나예프(21)는 최근 재판에서 배심원단으로부터 30개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는 평결을 받았다.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 또는 사형이 선고될 전망이다. 테러 당시 숨진 마틴 리처드(당시 8세)의 부모는 지난 17일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에 “피고인의 사형에 반대한다”는 공개서한을 싣고 종신형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자는 용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보스턴테러 당시 우승자 또 우승…“보스턴은 강하다” 삼엄한 경비속 개최
입력 2015-04-21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