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삼성의 타자 이영욱이 4회 2사 2·3루에서 3점 홈런을 때렸다. 공을 던진 SK 투수는 같은 이름의 이영욱이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나온 동명이인 투·타 맞대결이었다.
올 시즌에도 2011년 경기와 비슷한 장면을 기대해볼 만 하다. KIA 타이거즈의 투수 윤석민과 넥센 히어로즈의 타자 윤석민의 맞대결이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629명의 선수 중 이름이 같은 선수는 24명이다. 윤석민 외에도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에는 투수 이태양이 있고 LG 트윈스에는 두 명의 이병규가 나란히 타석에 서고 있다. 이 밖에도 정대현(롯데 자이언츠 투수-kt 위즈 투수). 김기현(한화 투수-SK 와이번스 외야수) 등이 있다.
동명이인이라 발생한 에피소드도 많다. 2007년 상무 입대를 추진했던 넥센 윤석민은 이름으로 인해 혹독한 좌절을 경험했다. KBO가 상무에 KIA 윤석민의 서류를 제출한 탓이다. 후에 서류를 정정해 보냈지만 이미 입대 기한이 지난 상태였다. 이름뿐만 아니라 출생지(경기도 구리). 출신학교(구리 초등학교)까지 같아 벌어진 일이었다.
야구 관계자는 21일 “선수들에게 이름은 자신의 브랜드이기도 하다”며 “그런 이유 때문에 개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늘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선수들에게 부담이다. 이름이 같다고 성적도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스타급 선수라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작은 이병규로 불리는 후배 이병규도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선배의 그림자가 무겁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선배가 못하면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교 당하기 일쑤였다.
전혀 다른 성적으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돌아온 KIA 윤석민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지만 넥센 윤석민은 0.326으로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넥센 윤석민은 “(KIA 윤석민이) 마무리 투수로 나오고 있더라”면서 “끝내기 홈런 장면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한화 이태양과 NC 이태양도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던 한화 이태양은 팔꿈치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최근 2군 경기에서 투구를 마친 뒤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에서는 팔꿈치 인대 손상이 심하다는 검진 결과를 내놨다. 수술을 받게 되면서 이태양은 내년에나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NC 이태양은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701일 만에 선발 승리를 챙겼다. 최근 성적도 좋다. 이날 경기에선 6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였고 지난 10일 올 시즌 첫 선발로 출장한 경기에서는 6.2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으로 잘 던졌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타석에 이영욱! 이영욱 와인드업! 어?”…프로야구 사상 첫 동명이인 투타 맞대결
입력 2015-04-21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