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사는 직장인 이민호(35)씨는 얼마 전 해외 식료품 사이트에서 대용량 렌틸콩을 주문했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서 렌틸콩으로 만든 샐러드와 스테이크가 ‘탈모방지요리’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정수리가 부쩍 비어 보여 스스로 탈모가 아닌가 의심하던 이씨는 더 이상의 탈모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히 렌틸콩 요리를 섭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초기 탈모 환자들이 탈모증상 완화를 위해 탈모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심지어 식품을 통해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호르몬 생성을 줄여 탈모를 치료한다는 속설도 있다. 실제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탈모증상 완화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방법은 식습관 조절 등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라는 답변이 40%를 차지했으며, 약 30%는 실제로 식습관 조절에 중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얀메디컬의원 이병송(사진) 원장은 “콩, 블랙 푸드, 시금치 등 탈모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은 대부분 두피 및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 그칠 뿐 치료효과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탈모를 방지하고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증상에 맞는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다”고 조언했다.
◇음식으로 탈모치료 불가능한 이유는?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흔히 스트레스, 영양부족, 흡연 및 음주 등이 꼽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유전과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다. DHT는 남성호르몬이 특정 효소에 의해 변환된 호르몬의 일종으로, 탈모 유전을 가진 사람의 모낭에 작용해 모발의 성장주기를 단축시키고 연모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탈모의 초기 증상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아닌 가늘어지는 것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탈모를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DHT의 생성을 억제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현재 DHT의 생성을 억제해 탈모를 방지하고 치료하는 약물에는 경구용 탈모치료제가 있으며, 이는 초기, 중기를 비롯한 모든 단계의 탈모 치료에 1차로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약물이 아닌 식품으로는 DHT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거나 차단할 수 없으며, 이미 진행중인 탈모를 멈추거나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초기 탈모증상 완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발이 부쩍 가늘어지고 하루에 100가닥 이상이 빠지며, 이마와 정수리 부위 모발이 뒷머리에 비해 휑해지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초기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탈모는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의학적 치료 없이는 계속해서 심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초기 탈모는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먹는 탈모 치료제는 임상 연구를 통해 90% 이상의 탈모 억제 효과와 70% 이상의 발모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다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3개월이 소요되며 복용 1년 시점에서 극대화 된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효과가 없다고 섣불리 복용을 중단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먹는 탈모 치료제와 함께 바르는 탈모 치료제를 아침 저녁으로 두피에 도포하면 모근 세포에 세포 성장 촉진 인자로 작용하여 더욱 확실한 탈모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기 이상 탈모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은?
1년 이상 약물치료를 지속했음에도 효과가 없거나 이미 탈모가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모발이식 수술은 DHT의 영향을 받지 않아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 후두부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로, 한 번 심은 모발은 영구히 빠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흉터와 통증에 대한 부담과 비교적 긴 회복시간으로 인해 수술을 꺼리는 이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수술 기술이 발달되어 흉터와 통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이 가능해졌다.
단, 한 번의 수술만으로 탈모 진행이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식 부위 이외의 부위에서는 계속해서 탈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꾸준히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이식한 모발은 수술 직후 모두 빠진 뒤 약 6개월간 서서히 다시 자라므로, 이 기간 동안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전문의의 지침에 따라 적절한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병송 원장은 “여전히 탈모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피부과 질환임을 알지 못해, 다양한 민간요법을 시도하다 증상이 심화된 후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며 “탈모는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통해서만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시작이 빠를수록 간편한 약물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탈모가 의심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탈모방지 요리로 DHT 억제?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하세요
입력 2015-04-21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