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주말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이 20일 뒤늦게 알려졌다. 야당은 검찰이 의혹 당사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날을 세웠다.
김 전 실장의 출국은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의 의혹 제기로 공개됐다. 박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1명이 전날 출국, 현재 갖고 있는 휴대전화가 해외 로밍돼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와중에 상당한 위치에 있는 분이 출국했다면 더 큰 국민적 의혹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떤 분이 어떤 경로로 출국한 것인지 자료로 제출해 달라”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의혹이 불필요하게 생산되지 않도록 그 정도는 국회에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9일 낮 12시35분쯤 부인과 함께 김포공항에서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떠났다. 김 전 실장 측은 “오래전 잡혀 있던 개인적인 일정으로 전날 출국해 일본에 갔다”고 말했다. 야당은 ‘도피성 출국’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 전 실장이 하루 만에 귀국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김 전 실장은 오후 6시5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부인과 함께 공항을 떠났다.
김 전 실장의 출국은 그러나 의혹 당사자인 8인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 여부로 다시 불똥이 튀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 연루자가 해외로 출국할 동안 검찰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이 수사 대상임에도 권력 실세라는 점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의원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8명 모두 출국금지했느냐”고 따졌다. 황 장관은 “출국금지 관련은 개인 신상 문제이기 때문에 외부적으로 자료를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다만 필요한 조치를 필요한 때에 정확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김 전 실장 외 나머지 리스트 인사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부분 도주 우려가 낮고, 국내에 확고한 정치적 기반을 갖춘 점 등에 비춰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출국금지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인 만큼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행하게 돼 있다”며 “당사자가 쌓아온 평판과 지위를 모두 팽개치면서까지 해외로 도주할 것인가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이경원 기자 imung@kmib.co.kr
김기춘 하루만에 귀국 해프닝
입력 2015-04-20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