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소토스 증후군(Sotos Syndrome)’을 앓고 있는 10살 소녀 메켄지 모리터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아주 특별한 생일을 맞았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의 샤코피에 사는 메켄지는 태어난 직후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소토스 증후군을 앓게 되면 대개 또래들보다 훨씬 키가 빨리 자라지만 지능과 사회성은 오히려 낮습니다. 툭 튀어나온 이마와 길쭉한 얼굴, 큰 손과 발도 소토스 증후군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그런 탓인지 메켄지는 학교에 가도 친구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일(화요일)을 앞둔 주말에 집에서 파티를 열겠다고 조심스레 아이들을 초대했으나 냉대를 받았습니다. 파티가 예정된 하루 전 날인 금요일까지도 참석의사를 밝힌 아이는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일 파티를 준비하면서도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메켄지는 풀이 죽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보다 못한 어머니 제니 메킨지가 나섰습니다. 어머니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렸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딸을 가진 지인들에게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토요일에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그저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사연은 삽시간에 SNS를 타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어린이 희귀병 환자들을 돕는 단체들이 나섰고, 소셜 클라우드 단체가 파티비용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불과 몇시간만에 2400달러가 모였습니다. 편의점업체 ‘샘스클럽’은 250인분의 바베규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인구 4만명이 채 안되는 작은 도시가 갑자기 한 소녀를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그 다음날, 한 10명 쯤 와줄까 생각했던 메켄지의 어머니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300명 이상의 하객들이 몰려든 겁니다.
그중엔 미네소타 시민들의 자랑인 미식프로축구팀 바이킹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찰스 존스도 있었습니다.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차림으로 방문한 배우도 있었습니다. 소방관 아저씨들은 제복을 입고 찾아왔습니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온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은 직접 손으로 쓴 축하카드를 메켄지에게 건넸습니다. 소토스 증후군을 앓는 자식을 둔 부모도 메켄지의 가족들을 격려했습니다.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형형색색 풍선들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메켄지는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들떴습니다. 그녀는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습니다. 메켄지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커다란 케이크를 자르자 모여든 사람들은 일제히 생일 축하송인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불렀습니다.
어머니 제니는 하객들 앞에서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라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메켄지도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메켄지는 느린 말투로 “학교에서는 친구를 만나기 어려웠는데…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을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브래드 탭키 샤코피 시장은 이 날을 ‘메켄지 모리터의 날’이라고 선포했습니다.
이 사연은 NBC, CBS 등 미국의 주요 방송과 USA 투데이 등에 소개됐습니다. 보도된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러자 독일 호주 등 해외에서도 축하 인사가 날아왔습니다. 네티즌들은 페이스북에 개설된 메킨지의 계정에 생일 축하 멘션을 남겼습니다.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미네소타의 많은 샤코피 시민들은 이 속담의 의미가 무언지 잘 아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
희귀병 앓는 딸의 사연을 어머니가 SNS에 올리자 300명이 몰려와 "해피 버쓰 데이~" 외쳐
입력 2015-04-21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