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2 여학생의 유서’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오른 사진 한 장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1960년 4·19혁명 당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데모에 참여한 여학생이 남겼다는 편지인데요.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며 네티즌들이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21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사연은 4·19혁명 당시 데모에 나갔다 숨진 고 진영숙 학생이 남긴 편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영숙 학생은 당시 한성여중 2학년이었습니다.
글에는 어머니를 뵙지 못하고 데모에 참가하러 나가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몸 희생하겠다는 진영숙 학생의 의지가 잘 담겨 있습니다.
“어머님께, 끝까지 부정 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와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진영숙 학생은 데모에 참가한 자신을 책망하지 말라는 당부도 남깁니다. 철은 아직 다 들지 않았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데모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우리들이 아니면 누구가 데모를 하겠습니다. 저의 모든 학우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간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진영숙 학생의 굳은 의지는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해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아, 정말 저릿저릿합니다. 이제 15살 전후에 불과한 꽃다운 나이의 여학생이 저렇게 온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을 각오했다니 말입니다. 관련 설명에 보니 진영숙 학생은 1960년 4월 19일 오후 4시 학교가 끝난 뒤 집에 돌아왔다가 시위에 나서기 전 홀몸으로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려고 했다는군요. 하지만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기다릴 수 없어 편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진영숙 학생은 시위 버스에서 구호를 외치다 미아리고개에서 경찰의 발포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네티즌들의 추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한 것도 대단한데 그 사람이 중2 여학생이라니! “이런 고귀한 분들이 있어 오늘이 있군요. 가슴이 후끈후끈해집니다.”
“지금 우리 어린 학생들과 크게 다른 것 같네요.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어머님께” 중2 여학생의 유서, 가슴이 저릿저릿…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4-21 00:05 수정 2015-04-21 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