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벤 애플렉, 방송국에 '조상이 노예소유주였던 사실 빼달라' 요구해 구설

입력 2015-04-20 16:22

할리우드 유명 배우 겸 감독인 벤 에플렉이 노예소유주였던 조상의 치부를 숨겨달라고 방송국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공개됐다. 아프리카 인권운동 등으로 쌓은 긍정적인 이미지에 흠집이 날 위기에 처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렉이 유명인의 가계도를 추적하는 미 공영방송 PBS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뿌리를 찾아서’(Finding Your Roots) 측에 그의 조상 중 한 명이 노예소유주였다는 사실을 방송하지 말아달라고 청탁해 수용됐다. 대신 그의 어머니가 1960년대 흑인 평등권 요구 운동에 참여한 사실 등만 집중 부각돼 지난해 9월 전파를 탔다.

이 사실은 지난해 소니픽처스 해킹 당시 유출된 이메일들을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정리해 최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이메일에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하버드대 역사학과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는 에플렉의 청탁에 대해 소니픽처스 공동회장인 마이클 린턴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에 린턴 회장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면 부탁을 들어주되 의도적으로 편집한 사실을 대중이 모르게 하라”고 답했다.

의혹이 퍼지자 게이츠 교수는 “다른 내용이 흥미로워 해당 부분이 빠진 것일 뿐 내용 검열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에플렉은 지난해 영화 ‘나를 찾아줘’ 등에 출연했고, 2013년 연출한 영화 ‘아르고’로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