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딸로 인정해 달라” 소송…무덤 파헤쳐 3000억 유산 소유권 가져갈까

입력 2015-04-20 16:06
살바도르 달리.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989년 사망한 달리에게 자식이 없기에 스페인 정부로 넘어갔던 수억 달러에 달하는 작품들의 소유권이 소송 결과에 달려있어 주목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필라 아벨(59)이 자신을 달리의 딸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마드리드 법원에 제기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벨은 ‘타로카드 점쟁이’이며 건강치료센터에서 초심리학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달리의 딸로 인정받고 싶다. 그 후에는 그에 합당한 모든 것을 원한다”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아벨이 법원에 낸 소송 내용에 따르면 그녀의 엄마인 안토니아 마르티네스 드 하로는 1950년대에 달리와 그의 러시아 태생 부인인 갈라가 살던 스페인 해변도시 포트 리가트에서 보모로 일하다 달리와 은밀한 사랑에 빠졌다. 하로는 달리의 아이를 임신한 직후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아벨은 달리의 사생아라는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벨은 8살 때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달리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지만 7년 전에야 처음으로 어머니인 하로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하로는 “그렇다”고 확인했지만 자신이 비난받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아벨은 전했다. 하로는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지만 법정 진술은 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소송에 따라 친자 확인을 위해 달리의 무덤이 파헤쳐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인 갈라가 죽고 7년 뒤에 사망한 달리는 둘 사이에 자녀를 두지 않아 달리의 작품들은 스페인 정부에 유산으로 남겨졌다. 작품들의 가치는 3억2500만 달러(약 351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