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 서양화가 남홍 5월 7일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작가 공식 첫 퍼포먼스 벌인다 한국 예술과 정서 전할 터

입력 2015-04-20 10:33
남홍 작가의 22세 때 모습
남홍 작가의 꽃과 나비 작품
장구춤 퍼포먼스 벌이는 남홍 작가
남홍 작가 작품
앙드레김이 지어준 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남홍 작가
30년 넘게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서양화가 남홍(58)은 유럽에서 ‘미술계의 소녀시대’로 통한다. 유수 미술관의 초대전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미술을 널리 알리기 때문이다. 그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행사인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5월 9일~11월 22일) 특별전에 초대받아 작품 전시와 함께 공식 퍼포먼스를 벌인다.

남홍 작가는 베니스의 유서 깊은 전시관인 팔라조 모라에서 5월 7일 오후 6시30분 초대전 오프닝 행사를 연다. 개막 행사의 하나로 30분간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작가가 공식 퍼포먼스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2003년 비키니 차림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초대 받지 않은 퍼포먼스’를 벌인 적이 있다.

전시를 앞두고 잠깐 귀국한 남 작가를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의 초대로 전시를 열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전 세계에서 몰려든 매스컴과 관중들 앞에서 한복을 입고 장구춤과 민요를 선보이며 한국의 예술과 정서를 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장에는 ‘봄’ ‘나비’ 등 그림과 ‘살아온 인생-삶의 자취’ 등 설치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22살 때 진달래꽃과 함께 찍은 사진도 함께 선보인다. 이 사진을 보면 젊은 시절 그가 얼마나 미인이었는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지금은 피부 관리를 못해 망가졌지만 대학을 다닐 때 남학생들이 나를 보기 위해 강의실을 쫓아오고 난리가 났다”며 웃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탓에 이전 같은 모습은 사라졌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1982년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파리8대학 미술학부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다. 84년부터 파리 살롱전에 7번 입상하고 유럽 작가들도 참여하기 어렵다는 파리 16구청 전시에 두 번이나 초대받았다. 2009년 소더비경매에서 그의 작품 ‘장밋빛 인생’이 500만 달러에 낙찰되고, 2013년 플로랑스 비엔날레에서 대통령 특별상(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세계 화단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봄빛을 머금은 붉은 꽃과 나비 떼가 몰려드는 형상이다. 그 가운데 승리를 상징하는 ‘V’자가 들어 있다. 이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는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열정적인 작품 전시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벌인 퍼포먼스에서 입은 옷은 디자이너 앙드레김(1935~2010)이 숨지기 두 달 전 지어준 것이다.

그는 “앙드레김의 의상은 물론이고 이번에 한국에서 특별히 맞춘 한복을 입고 베니스 비엔날레를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예술가협회 회원과 르 살롱 평생회원으로 있는 그는 “오는 11월 2일 한·불 교류 130주년 행사로 파리 16구청에서 세 번째 초대전을 갖는다”며 “프랑스 오케스트라단의 연주로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한국의 문화예술, K팝이라든지 한류에 대한 관심들이 워낙 많고, 노래에 대한 것도 많기 때문에 남홍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해프닝적이고 퍼포먼스적인 행위와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동양적이고 사색적인 미술 행위들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작품들로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수줍게 보여주고 싶다는 남홍 작가. “몇 년 전 TV에서 농부가 막걸리 마시고 춤을 모습을 봤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을린 구릿빛 피부의 그 농부가 막걸리 한잔 걸치고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고 덩실거리는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작업을 할 때입니다.”

남홍 작가의 프랑스 아파트에서는 에펠탑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마음은 고향에 가 있고, 작품에는 온통 한국의 추억들이다. 추억의 끄나풀이 없이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가정사 등 이유로 한국을 떠났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안고 예술 활동을 펼쳐왔다. 그 끼를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발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