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700여명을 태우고 리비아를 출발한 선박이 18일(현지시간) 밤 지중해에서 전복돼 탑승객 대다수가 사망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밀항 행렬이 대형 선박사고로 이어져 지중해가 ‘난민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밤 이탈리아령인 람페두사 섬에서 남쪽으로 약 193㎞, 리비아 해안에서 북쪽으로 약 27㎞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이번 난민선 전복 사고로 대부분의 탑승객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와 몰타의 해군과 상선이 사고 해역에서 뒤집힌 선박을 발견해 수색과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19일 현재 구조된 인원은 28명에 불과하다고 BBC는 전했다. 이탈리아 해상구조대 대변인은 “구조와 시신 수색 작업을 동시에 펼치고 있지만 (실제는) 시신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몰타타임스’는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지나가는 상선의 주의를 끌고자 한쪽으로 몰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의 마크 미캘레프 기자는 “난민이 구조를 요청하는 순간 배가 뒤집히는 사고는 전혀 드문 일이 아니며 이는 난민 수송에 이용되는 선박들이 구출작업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에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해 400여명이 숨졌다. 참사가 반복되고 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밀항 거점인 리비아를 떠나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들어 최소 1500명이 유사한 전복 사고로 사망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중해에서 희생된 난민 사망자의 30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부분 낡고 작은 어선에 수많은 난민들이 초과 승선하면서 해상에서 쉽게 전복되고 또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져왔다. 특히 리비아 해안도시로부터 200여㎞ 거리에 불과한 ‘난민 허브’ 람페두사 섬으로 향하는 해상에 난민들이 집중되면서 이 해역의 침몰·전복 사고로 인한 ‘람페두사의 비극’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경수비대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약 50만명의 난민이 유럽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7만명의 난민이 아프리카와 중동의 빈곤과 내전을 피해 이탈리아로 ‘위험한 횡단’을 감행했고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들 중 3072명이 사고로 희생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사망자 수 700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유럽에 불법 입국한 난민은 28만명에 달한다.
가디언은 “유럽이 국경 봉쇄로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밀입국 업자들은 밀항 가격 폭등으로 이익이 늘어나고 수요도 꾸준할 것이라며 배짱을 부리는 상황”이라면서 유럽 각국이 공고하게 고착화된 난민 수송 비즈니스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난민 700명 탑승 선박 지중해에서 전복… 승객 대부분 사망
입력 2015-04-19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