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감성을 입혀라”… 정몽구 회장의 ‘감성경영’ 1년 6개월

입력 2015-04-19 16:46

‘자동차에 인문학적 감성을 입혀라.’

정몽구(77)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3년 10월 임직원들에게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자동차를 판매한다면 곧 대한민국의 문화도 같이 파는 것이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 그리고 회사를, 나아가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며 “전 세계 고객들에게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적극 알릴 수 있도록 직원들의 역사교육을 철저히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있다”며 ‘인문학적 감성경영’을 설파했다.

그로부터 1년6개월이 흐른 지난 16일. 현대차 서울 서초구 본사 2층 강당에서 열린 ‘인문학 콘서트’에서는 자리를 빼곡히 채운 임직원 500여명이 한 명의 강연자에게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변화, 그것이 문제로다’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언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혁신과 창의적인 변화를 하지 않는 조직과 개인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끊임없이 시장의 흐름을 관찰하고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사·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평소 업무에 치여 인문학을 접하기 어려운 임직원들도 인문학 콘서트가 열리는 기간만큼은 업무시간을 활용해 강연을 들을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9일 “콘서트에 대해 직원들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지혜가 나오는 만큼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인문학 콘서트는 6월까지 총 8차례 열린다. 심리학, 종교, 패션,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초청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를 거치며 정 회장의 감성경영론은 구체화됐다. 정 회장은 임원회의 등을 통해 “자동차는 단순히 기계가 아니다. 자동차에 감성을 입혀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작년 3월 독일의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현대·기아차는 주행 감성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디자인 역시 이에 맞춰 함께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경영론은 현대차 입사시험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서류 통과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대졸 신입 채용시험(HMAT)에 역사에세이를 도입했다. 지난 11일 시험에서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부정적으로 보는지 서술하시오’ ‘역사적 사건 하나를 선정해 현대차의 5개 핵심 가치 가운데 2개 이상을 연관지어 서술하시오’ 등의 문제가 나왔다. 역사관과 인문학적 깊이를 테스트해 직무 능력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역사에세이는 수험생들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