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상 첫 여성 해외인력 파견 유성희 차장, "여성 후배들 도전했으면…”

입력 2015-04-19 15:34
한국전력공사 역사상 여성의 첫 해외 파견이 결정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전 회계팀에서 근무하는 유성희(39·사진) 차장이다. 유 차장은 이달 말 필리핀 세부에 위치한 한전의 현지법인에 마케팅 부장으로 파견될 예정이다.

한전은 지난 2002년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비롯해 필리핀과 중국, 아프리카, 멕시코 등에서 원전 및 화력·신재생 발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70명의 직원이 현지 법인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해외 파견은 전무했다. 해외 근무에 여성은 적합하지 않다는 조직 내 편견이 존재했고, 가사와 자녀교육 등에 발목이 잡혀 스스로 포기하는 여성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차장은 과감히 새로운 길을 선택했고, 남편과 두 아이도 유 차장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

오는 27일부터 부임하는 유 차장은 필리핀에서 한전이 생산한 전력을 필리핀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한전은 필리핀 마닐라시와 나가시 등에 위치한 현지 발전소를 통해 전체 필리핀 전력시장의 약 10%에 해당하는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는 1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한전의 성장동력은 장기적으로 해외시장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받은 미국MBA 교육과 한전 재무처·전력시장처에서 쌓은 실무경험이 한전의 해외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해외근무를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전에서도 처음 파견하는 여성이다 보니 면접에서부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유 차장은 “면접과정에서 ‘마케팅 부장은 대외업무를 총괄하고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활동해야 하는데 과연 여성이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현지 직원과 조화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차장은 “제가 10년 넘게 두 아이 엄마로 일하면서 공부도 했고, 회사생활을 병행하는 등 열심히 살아왔다”며 “처음 가는 길이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서 그곳에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한전에서 그동안 여성의 해외인력 파견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유 차장은 “직장 내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여성 스스로도 도전하려는 의지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전 내 여성인력이 늘어나면서 여성을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이 바뀌고 있고, ‘여성이어서 안된다’는 선입견도 많이 사라졌다”면서 “이런 변화가 있어서 해외 파견도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차장은 다른 여성 후배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상황이나 여론이 조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기회를 얻기 어렵지만, 한번 좌절됐다고 포기해 버리면 안된다”면서 “후배들도 끝까지 준비하고 도전해서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적극적인 여성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