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과거시험 수험생들의 합격비법은 무엇일까. 당시에도 참고서가 있었을까. 조선시대 문관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 관문인 문과(文科)에 합격해야 했다. 응시자에 비해 합격자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실용적인 수험서가 많이 간행됐다. 과거시험 과목인 사서삼경(四書三經) 등의 핵심 내용을 간추린 ‘초집(抄集)’이나 ‘선집(選集)’이 대표적이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박현순 교수는 최근 학술지 ‘한국문화’에 게재한 논문 ‘조선시대 과거 수험서’를 19일 공개했다. 과거시험을 위해 만들어진 수험서가 어떻게 편찬되고 유통됐는지 정리한 논문이다. 조선 중기 문신 이식(1584∼1647)은 후손을 위해 학습서 ‘시아손등(示兒孫等)’을 편찬했다. 수험생 스스로 초집을 만들어 반복과 암송을 통해 작문능력을 기르라고 조언했다.
사서삼경을 시험용으로 요약한 ‘삼경사서강경(三經四書講經)’ ‘강경초집(講經抄集)’이 인기를 끌었다. ‘동국장원책(東國壯元策)’ ‘동국장원집(東國壯元集)’(사진)은 문과 장원들의 글을 모은 일종의 기출문제 답안지다. 출제문과 함께 응시연도, 시험 종류, 작성자 이름 등을 기록했다. 시험문제를 정리한 ‘과제각체(科題各體)’, 시험별 우수 답안을 수록한 ‘경외제록(京外題錄)’도 있었다. 수험서는 주로 민간에서 16세기까지 간행되다 17세기 들어 점차 중단됐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조선시대 ‘수능’ 합격비법은?… 문과 참고서 공개
입력 2015-04-19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