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반한 이헌정 개인전 5월 12일까지 아트사이드 사람 형상 작품 ‘퍼스니지’

입력 2015-04-19 14:26
2009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에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전세기를 타고 왔다. 미술품 컬렉터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는 전시장을 돌다가 한국 작가의 작품에 반했다. 이헌정(48) 작가의 도자기 테이블 작품이다. 피트는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 화제가 됐다.

이헌정 작가는 개인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 벽화로 불리는 ‘정조대왕 능행반차도’(2005), 지하철 9호선 사평역의 도자벽화(2009) 등으로 공공미술 영역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작품세계의 폭이 넓고 다양하다.

그의 개인전이 4월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5월 12일까지 열린다. 옻칠을 하고 자개로 수놓은 도자기, 현대적 감성의 달 항아리, 그릇 등 생활도자, 인물상과 동물상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퍼스니지'(Personage)’다. 퍼스니지는 사람,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 사람의 형상,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중요한 캐릭터 등의 의미로 쓰인다. 작가가 추구하려는 작품의 방향이 드러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그동안 건축이나 가구 등으로 인간의 주변 환경과 관련한 작품 활동을 했다면 이제부턴 인간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가 큰 주제가 될 것이다. 이번 개인전은 그러한 관심에서 시작하는 첫 번째 시도다”라고 설명했다.

세라믹, 철조 등으로 만들어낸 작품 ‘셀프-포트레이트’(Self-portrait·자화상)는 작가를 닮은 인물상이다. 같은 제목의 또 다른 인물상의 얼굴에는 가족, 귀환, 사랑,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바다, 친구, 균형 등 작가가 좋아하는 의미의 영어 단어가 적힌 판이 걸려있다.

전시장 한편에 설치된 작가의 나체를 찍은 대형 사진은 “인간에게 가까이 가려는 시도는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에 촬영했다고 한다. 전시작 중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색채가 아니라 흘러내린 듯 자연스러운 색채를 보여주는 작품이 눈에 띈다.

작가는 “도예 작업은 완벽하게 계획해 실행하는 것보다는 우연히 즉흥적으로 만드는 게 매력적이다. 우리의 옛 도예 장인들처럼 불명확해도 받아들이는 수용의 미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라믹이 나에겐 가장 중요한 매체로 이것으로 작업을 할 때는 고향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앞으로 10~20년은 이러한 작품 활동을 할 것 같다. 소주제는 욕망, 사랑, 가족애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