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없는 김제시-'반대할땐 언제고'

입력 2015-04-19 12:51
전북 김제시가 서남권 광역 공설화장장 건립에 참여하기로 돌연 입장을 바꾸자 관련 자치단체들이 ‘염치 없다’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4년여에 걸친 김제시의 반대 투쟁으로 지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졌고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 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무임승차하다가 종착역을 앞두고 불가피하게 차비를 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제시는 “광역 화장장 인근 마을의 주민의견을 수렴한 결과 화장장의 입지를 바꾸기가 불가능해졌고 시민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업이 시작된 2011년부터 반대해오던 입장을 4년여 만에 바꾼 것이다.

서남권 광역 화장장은 전북의 서남지역인 정읍시와 부안군, 고창군이 공동으로 118억원을 들여 정읍 감곡면의 3만9000여㎡ 부지에 짓는 것으로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김제시는 화장장 인근의 김제 금산면과 봉남면 등의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처음부터 사업 참여를 거절한 채 위치 변경을 요구해왔다.

김제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전북도청과 정읍시청 등을 찾아가 잇따라 반대 집회를 열고 전북도 갈등조정자문위원회의 권고안까지 거부하는 등 거듭 강수를 뒀다. 이 때문에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고 지역 간 갈등과 불신의 골도 깊어졌다.

김제시 관계자는 “서남권 광역 화장장이나 인근의 전주시 화장장을 이용하려면 경제적·시간적으로 더 많은 부담과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읍 등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은 “갑자기 생겨난 불편이 아니지 않느냐. 처음엔 그렇게 반대하다가 이제 와서 참여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제시의 태도 변화로 서남권 광역 공설화장장은 기존의 정읍시·부안군·고창군에 김제시가 공동으로 참여해 추진하게 된다. 이들 자치단체는 예산 부담률 등을 조정하고 조만간 협약식도 가질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들은 내심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제시가 참여하면 화장로를 1기 이상 추가로 설치해야 해 공사 기간과 예산이 더 늘어나는 문제도 발생한다. 정읍 일부 지역에서는 김제시를 참여시키지 말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완공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제 와 참여하겠다는 것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슬그머니 수저를 얹겠다는 것 아니냐.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비난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김제시의 반대 집회 과정에서 정읍시민이 받은 상처가 적지 않다. 사과 한마디 없이 공문만 보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김제시가 사업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왔는데도 끝까지 반대를 일삼은 데 대해 특별히 서운한 점이 많다”면서도 “김제시의 잘못된 행정과는 별개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업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읍=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