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의 작은교회 ‘낮은마음교회’가 세월호 참사의 그날과 가장 가까운 주일을 ‘세월호 기억 주일’로 정하고 추모예배를 드렸다는 사실이 네티즌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요식 행사가 아니라 슬픔을 나누려는 진심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이날 예배에는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도 참석했습니다. 소방호스를 몸에 두르고 20명의 생명을 살린 김씨는 크리스천이라고 합니다. 그 많은 생명을 살리고도 자책하는 김씨의 모습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가 세월호 슬픔을 잊지않으려는 노력도 감동적이고요.
네티즌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기독교매체 뉴스앤조이가 이 예배를 처음 보도했는데요. 그 기사 아래는 “하나님의 마음과 시선은 지금 고통 받는 곳에 있을 겁니다”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교회가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습니다” 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낮은마음교회는 70여명 교인이 다니는 작은 교회입니다. 교회는 지난 12일 참사 1주기 예배를 드렸습니다.
오준규 낮은마음교회 목사님은 이날 ‘세월호, 십자가, 그리고 교회’ 제목으로 설교했습니다. 설교 말씀을 일부 옮겨 봅니다.
“참된 사랑은 아픔에서 나오고 그 아픔은 사랑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이것을 몸소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보며 많이 우셨습니다. 지금 주님이 이 한국 땅을 바라보며 아파하시는 곳은 안산, 진도 팽목항, 광화문광장입니다. 하나님나라가 임하기를 날마다 찬양하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모른다는 것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인 양 아무런 아픔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죄입니다.
아픔을 기억한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그러나 아픔을 잊는 것은 죽음입니다. 그와 비슷한 참사가 다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진실을 감추려는 불의한 세력을 도와주는 일이 됩니다.
기억하기에는 두렵습니다. 그러나 벌써 잊기에는 억울합니다. 너무 이릅니다. 고통스럽더라도 그 아픔에 더 들어가야 합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거기에 새로운 희망이 보입니다. 이 나라와 이 민족의 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갈 세상을 꿈꿀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세상을 남겨 줄 수 있습니다. 그 아픔을 직면하고 건들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아픔을 기억하는 것은 고통이지만 그 아픔을 잊는 것은 죽음이라는 목사님의 말씀, 참 가슴에 와 닿더군요. 고통스럽지만 그 아픔 속으로 더 들어가야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는 말씀도 더불어 가슴에 새기고 싶었습니다.
교인들은 예배를 마친 뒤 인근 공원에 가 2시간 동안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운동과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노란색 풍선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고사리손으로 세월호 상징물을 나눠주는 모습이 참 기특하네요. 이 교회에는 시민단체 리멤버0416의 창립멤버인 강영희 집사님도 계십니다. 강 집사님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하는 일을 직업 삼아 1년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는 아직도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김씨는 지난 3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했다는 안타까운 뉴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말합니다. ‘아저씨 살려주세요’ 라고 말하는 세월호 아이들의 모습을 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심정을 모를 거라고 말이죠. 김씨는 뱃속에 두고 온 아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과거 방송 인터뷰에서 오열했습니다.
여러 생명을 살린 김씨는 아직도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때 이랬다면 더 많이 살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였습니다.
뉴스앤조이에 실린 김씨의 말을 전합니다.
“해경 보트에 올라타 세월호를 빠져나오면서 보니 학생들이 창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김 씨는 해경에게 ‘저기 200~300명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해경은 ‘이제 특공대 출동할 거니까 걱정 말라. 다 구조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시에도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이미 배는 거의 다 뒤집혀 뱃머리만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는 지금도 죄책감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그럴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만 마음에 안정을 찾고 했으면 몇 사람 더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된 뒤 바로 기자들에게 배 안에 200~300명이 있다고 얘기했으면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침울해했다.”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라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많은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나누며 외친 말씀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들의 슬픔을 나누고, 진정한 위로와 사랑을 보여준 건지 참 자신이 없어집니다. 참사 1년이 지난 뒤 거리에 나와 울부짖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며 울컥했던 제 마음이 순도 100% 진심이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교회누나의 천국이야기 14]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는 아직도 세월호 아이들에게 미안하대요
입력 2015-04-18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