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때 아닌 전력질주 추격전이 벌어졌다.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김치열(36) 순경은 평소처럼 마포대교를 순찰 중이었다. 무전이 울렸다. ‘경기도에서 남학생이 한강다리로 자살을 시도하러 갔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김 순경의 눈에 경찰차를 보고 도망가는 맨발의 A군이 보였다. 김 순경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뒤를 쫓았다.
필사적으로 김 순경이 뛰자 앞서가는 A군도 속도를 더 냈다. 그렇게 800m를 달렸다. 김 순경은 다리 난간 밑으로 떨어지려는 A군의 다리를 겨우 붙잡았다. 1초라도 늦었으면 눈앞에서 귀한 목숨이 사라질 뻔했다. A군이 거세게 반항해 함께 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진정을 한 A군은 “제가 100m를 11초에 뛰는데 아저씨 정말 빠르네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운동부 소속이라는 A군과 달리 김 순경은 100m 달리기 기록이 13초대다. 그는 “위급한 순간이 닥치니 초인적인 힘이 나오더라”고 했다.
지난해 4월 4일 임용돼 용강지구대에 배치된 김 순경은 최근까지 50여명의 자살을 막았다. 지난달 17일에는 차량 10여대가 질주하는 마포대교를 가로질러 난간 아래로 떨어지려는 학생을 붙잡아 구조했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하다 어릴 적 꿈을 좇아 30대 중반에야 경찰이 됐다. 사람들 목숨을 구할 때마다 경찰관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상황을 겪으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김 순경은 마포대교 순찰을 나가면 지나는 사람의 얼굴을 살핀다. 그는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정면이 아닌 땅을 보고 걷거나 걸음걸이에서 다리를 건너겠다는 목적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며 “마포대교를 희망과 용기를 얻는 곳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100m 11초 뛰는 학생 자살 막은 슈퍼맨 순경… 1년새 50명 구해
입력 2015-04-17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