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의 금품 수수 내역이 담긴 새로운 ‘성완종 장부’의 존재가 17일 알려지면서 정치권 전체가 흉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 장부에는 기존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여권 실세 뿐 아니라 야당 중진 의원도 7~8명 포함돼 있다고 전해져 야권의 충격이 컸다.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펄쩍 뛰며 부인했다.
◇리스트 추가설에 정치권 바짝 긴장=검찰이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 장부를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로 국회는 내내 어수선했다. 당장 여의도 주변에선 특정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사자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나를) 마치 성완종 장부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언론중재위 제소는 물론 명예훼손 소송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 관악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무분별하게 갖다 붙이지 말라. 소설 쓰지 말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성 전 의원이 국회에 있을 때 차 한잔 마셔본 적 없는데 왜 이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무슨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황당해했다. 일각에선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대단히 복잡하고 광범위한 수사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근거로 “이 총리가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술렁이는 野=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서 “물타기 작전”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의 ‘치고빠지기’식 언론플레이가 또 시작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현 정권 실세들에 집중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여권이) 맞불작전으로 자신들의 허물을 덮으려고 한다면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표까지 나서 “이 사안을 야당까지 끌어들여 물타기로 가려는 것 아닌가. 그런 시도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진짜 뭐가 있는 게 아니냐”며 당혹해하는 기색이 짙었다. 만에 하나 성 전 회장이 야권 인사에게도 불법 자금을 건넸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그동안 대여 공세에 열을 올렸던 새정치연합은 입장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성 전 회장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인맥을 관리한 마당발이었다는 점에서 노심초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야당이 특별검사 도입을 강력하게 내세우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반격 노리는 與=새누리당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미 국무총리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 권력 실세들이 연루돼 홍역을 치르고 있는 만큼 추가 관련자가 나온다고 해도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야당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 새누리당 입장에선 반격을 꾀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전패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4·29재보선 판세도 다시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광주 서을 지원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그 문제(성완종 파문) 때문에 조금 어려운 점은 있지만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언론보도에 의하면 검찰이 입수한 장부에 야당 인사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쟁을 자제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성완종 비밀장부’설에 뒤숭숭한 여의도… 카더라 통신 난무
입력 2015-04-17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