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8시간 가량의 긴 비행 끝에 16일 밤(현지시간) 중남미 4개국 순방의 첫 방문국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17일부터 정상회담 등 외교일정을 시작하지만 메가톤급 악재로 불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유예한 채 12일 간의 고뇌어린 순방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고뇌의 순방일정 시작, 12일 간의 해법은=박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서울공항에서 출국할 때 전용기 기내를 한 바퀴 돌며 동행 출입기자단과 인사를 나눠왔지만 이번에는 생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국 시간이 늦어지면서 급하게 출발하느라 인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완종 파문이 국정 표류 상태까지 확산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동 순방 출국시 서울공항에 새누리당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모두 환송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청와대에서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만 나오는 등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내내 국내 여론과 검찰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주시하면서 이완구 국무총리 거취와 관련한 결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귀국 후 이 총리에 대한 거취 결정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는 27일 귀국 즈음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파문 정국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부패 척결, 비리 청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원칙은 흔들림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어떤 조치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정국 수습과 정치개혁을 위해선 누구도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지론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콜롬비아 정상회담=박 대통령이 17일 정상회담을 갖는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의 6·25 전쟁 참전국이다. 또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와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역점을 둔 나라다. 박 대통령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콜롬비아 FTA 조기 발효를 촉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대(對) 중남미 확장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양국 간 FTA는 2013년 2월 최종 서명됐고, 우리 측의 국내 절차는 완료됐지만 콜롬비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합치성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발표되지 못했다.
보고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고뇌어린 해외일정 시작한 박 대통령, 해법 도출할까
입력 2015-04-17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