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난민 12명을 바다에 던져 살해

입력 2015-04-17 17:18
이탈리아 경찰이 16일(현지시간) 기독교도 난민들을 바다에 던져 살해한 혐의로 체포한 무슬림 용의자들을 압송하고 있다.CNN

지중해에서 표류하던 밀항선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동료 난민 12명을 바다에 내던졌다. 이탈리아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아프리카 난민 15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CNN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4일 리비아를 출발할 당시 이 배에는 105명이 타고 있었다. 전쟁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하기 위해 모여든 난민들이었다. 이들의 국적은 코트디부아르, 말리, 세네갈 등 다양했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는 직선으로 180~220km에 불과하다. 그러나 항법장치와 구명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악한 고무배로 지중해를 건너는 건 목숨을 건 행위나 다름없다.

2013년 10월에는 349명을 태운 밀항선이 이탈리아 남단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서 뒤집혀 승선자 전원이 사망했다. 최근엔 45명을 태운 밀항선이 지중해를 건너는데 성공했으나 생존자는 4명에 불과한 일도 있었다.

다행히 이번 난민들을 태운 배는 이탈리아 해군에 구조돼 파나마 국적 선박으로 옮겨져 지난 15일 이탈리아 팔레르모 항구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러나 난민들을 상대로 한 입국심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밀항선 안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슬람 교도들이 기독교도들을 바다에 집어던져 살해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산 채로 수장된 난민들은 나이지리아 가나 출신 기독교인들이었다.

배 안에서 광적인 살인행위가 벌어지자 일부 난민들은 사슬을 엮듯이 서로 부둥켜 안고 저항하면서 간신히 화를 피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국제이민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땅을 밟은 아프리카 난민들은 모두 17만4000명이었다. 이중 16만명은 이탈리아 해군에 구조된 사람들이다. 해상에서 목숨을 잃은 난민은 3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럽으로 탈출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급격히 늘어난 건 리비아를 철권통치하던 독재자 카다피가 숨진 2011년부터다. 카다피 전 리비아 원수는 2008년 독일로부터 5조달러어치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얻어내는 대가로 유럽으로 가는 밀항선을 봉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이 몰락하자 난민행렬은 2011년 한 해에만 14만여명으로 늘어났으며 2013년에는 16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