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차관 과거사 강조에 미·일측 침묵만

입력 2015-04-17 17:1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우리 외교당국 고위 관계자가 미국과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으나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과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처음으로 한·미·일 3자 외교차관 협의회를 가졌다.

조 차관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과거사 문제에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북한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을 증대시켜나갈 것”이라며 “외교라는 것은 양측 간에 갈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차관은 특히 사이키 차관과의 한·일 양자 협의에서 일본이 역사문제에 올바른 자세를 갖지 않을 경우 협력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점을 단호하게 말했다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날 전했다. 또 아베 총리가 이달 말 미국 방문 때 올바른 역사인식을 담은 메시지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이키 차관은 “우리도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나름대로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견해를 표명했다”고 주장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여전히 의심하게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미·일 3자 회동에서 한국 측이 과거사와 관련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으나 사이키 차관 뿐아니라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만 거듭 과거사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일은 침묵만 지켰다는 것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사죄’는 빼고 전쟁을 치른 미국과의 ‘화해’와 미·일동맹을 통한 국제사회 공헌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또 22일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반둥회의(아시아·아프리카 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연설에서도 2차대전에 대한 반성을 표명하되 사죄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