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가 반 총장의 차기 대권 출마를 견제하기 위해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시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반 총장은 16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언론 보도를 봐서 관련 내용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번 사안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성 전 회장을) ‘충청포럼’ 등 공식 석상에서 본 적이 있고 알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무총장 일로 바빠) 그럴 여력도 없다”면서 “이런 입장을 이전에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또 나와 당혹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경남기업 수사 배경에 대해 “제가 볼 때는 지방신문도 그렇고 ‘이완구 작품’이라고 한다. (이완구 총리가) 반기문(유엔 사무총장)을 의식해서 얘기가 많았다. 내가 반기문과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성 전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서 ‘반기문 띄우기’를 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근거 없는' 주장을 고리로 국내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데 대해 '사실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부인은 '불미스러운 일'에 얽히는 게 절대 바람직하지 않고, 또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도 자꾸 그런 것처럼 비칠 경우 국제무대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테러 위협 등 주요 국제 이슈 해결에 앞장서야 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유엔 사무총장직에 충실하겠다"며 국내 정치와 선 긋기를 해왔다. 반 총장 측은 지난해 11월 공식 ‘언론대응자료’까지 배포하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둬 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반기문 유엔총장 "성 회장 주장 당혹스럽다…나와 관계 없는 사안"
입력 2015-04-17 02:37 수정 2015-04-17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