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서 러시아의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선전전에 대한 경계경보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도 러시아를 겨냥한 대외 방송 강화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사이에 벌어졌던 선전전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에드 로이스(공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푸틴의 정보전쟁무기 대응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 대외방송을 강화하는 것이 외교정책의 긴급과제”라며 이와 관련한 초당적인 입법안을 곧 발의할 계획을 전했다.
냉전시대에 VOA 등이 소련과 동구권 내부로 서방을 비롯한 외부 세계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공산권 붕괴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나 냉전 종식 후에는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 의회는 그동안 비상근 방송위원회(BBG)가 매년 7억4000만 달러(약 8000억원)의 예산을 쓰는 각종 대외방송의 통합경영을 맡아온 것을 방송별로 분리해 각자 책임지는 경영진을 따로 두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VOA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세계뉴스를 전하고 ‘라디오 프리 유럽·라디오 리버티(RFE/RL)’ 등 지역별 방송은 해당지역의 `자유언론'으로 활동토록 한다는 것이다.
로이스 위원장은 러시아가 위성방송인 RT(Russia Today)와 라디오방송 겸 웹사이트인 스푸트니크, 상트페테르부크 인터넷조사센터(IRC)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댓글부대(trolls)’를 정보전쟁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드밀라 사프추크(34)라는 여성은 최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러시아의 인기 플랫폼인 ‘라이브저널'에 가정주부, 대학생, 운동선수 등의 아이디(ID)로 여러개의 블로그를 운용하면서 다른 뉴스 사이트와 온라인 논쟁에 하루 평균 100개의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댓글부대의 일은 친정부적인 글을 다는 것, 모든 사안을 정부를 칭찬하고 푸틴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미화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냉전시대 선전전 되풀이되나… 러, 댓글부대·위성방송에 미, 대외방송 강화
입력 2015-04-16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