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경기장 붕괴사고인 ‘힐즈버러 참사’를 먼저 경험한 리버풀은 세월호 유족들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
리버풀은 16일 공식 트위터 한국어판을 통해 “1년 전 오늘 무려 300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리버풀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그날의 가슴 아픈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트윗에 첨부한 사진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해시태그 ‘#YNWA’와 함께 달았다. YNWA는 ‘당신은 절대 혼자 걷지 않는다(You’ll never walk alone)‘는 리버풀의 응원 구호이자 응원가다. 세월호 유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
리버풀은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을 경험했다. 1989년 4월 15일(현지시간) 영국 셰필드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였다.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이 열린 이 경기장이 무너지면서 96명이 사망하고 766명이 다쳤다. 낙후한 시설과 부족한 관리능력이 부른 참사였다.
2만5000명이나 몰린 리버풀 팬은 경기장의 관중석으로 향하는 좁은 터널을 가득 채웠다. 이 터널과 이어진 관중석은 인파의 무게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터널 입구에서 수용인원을 관리하는 경찰과 구단 직원은 통제하지 않았다. 원인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경기장 붕괴 시점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6분. 한국시간으로는 오후 11시6분이었다. 25년 9시간 뒤 세월호는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는 리버풀의 힐즈버러 참사 26주기다. 리버풀은 26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영국은 힐즈버러 참사를 계기로 그라운드의 안전관리 체계를 싹 바꿨다. 모든 경기장에서 입석을 폐지했다. 영국의 모든 관중은 좌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철망도 없앴다. 훌리건의 난입 등 부작용이 있지만 담장으로 인한 관중의 압사는 사라졌다.
리버풀의 세월호 추모 메시지를 받은 우리 네티즌들은 감사로 화답했다. 한 네티즌은 “힐즈버러 참사나 세월호 참사나 모두 슬픔의 크기는 같지만 이후의 대응과 변화의 크기는 조금 다르게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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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