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상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에 ‘신(新) 냉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냉전 분위기를 가장 고조시키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지난해 크림반도를 병합한 데 이어 북유럽 발트해 연안 등 각지에서 잇따라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상공에 러시아 전투기가 접근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인 이래 수시로 유럽의 영공을 위협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발트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를 대상으로 위협비행을 했고 14일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훈련 중이던 영국 인근에 러시아 군용기와 군함이 출현하면서 양측 간에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새뮤얼 라클리어 미군 태평양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지난 몇 달 동안 아·태지역에서 냉전 수준에 가깝게 군사행동을 늘리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라클리어 사령관은 최근 러시아가 탄도 미사일 개량을 통해 태평양 지역에서의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북극 및 아시아 지역의 잠수함 부대도 확충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러시아군의 활동 범위가 동북아와 동남아 지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폭격기와 정찰기가 알래스카와 미 서부 해안에서 정기적으로 임무 비행을 하는 등 러시아군의 활동 범위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북·중미 대륙까지 확산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과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며 동아시아 해상을 장악해가고 있는 중국도 ‘냉전 2.0'의 또 다른 주역이다. 라클리어 사령관은 최근 남중국해 분쟁지역에서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 7곳이 군사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라클리어 사령관은 “인공섬을 통해 분쟁 지역에 대해 중국이 더 큰 영향을 가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은 장거리 레이더와 미사일시스템, 초계함과 같은 군사설비의 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섬이 완성되면 중국이 이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도 2012년부터 일본과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중국은 이달 초 해경선 3척을 보낸 것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10차례나 일본과의 분쟁지역에 해경선을 보냈다.
이러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활동 확대는 ‘전쟁할 수 없는 나라’였던 일본에게도 군비확장의 빌미를 주고 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항공자위대 전투기 출격 횟수는 943회로 냉전시기였던 1984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방위성은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의 출현에 대응하기 위한 출격이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일본도 수직이착륙기,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사들이는 등 동북아 지역의 긴장상황도 높아지고 있다.
각국의 국방비 지출에서도 이런 흐름은 명확히 드러난다.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는 국방비로 각각 2160억 달러(약 236조원)와 845억 달러(약 92조원)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9.7%와 8.1% 늘어난 것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냉전 2.0 체제 도래하나… 일촉즉발 ‘신 냉전’ 고조시키는 러-중-일
입력 2015-04-16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