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의 두 우방국인 사우디와 이라크 간, 또 이라크를 지원하는 이란과 사우디 간의 대치가 격해지고 있다. 미국이 양 종파를 다 지원하면서 불거진 문제로 향후 이라크와 예멘에서의 전세(戰勢)에 따라 갈등이 한층 더 깊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시아파가 정권을 잡은 이라크는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전쟁 중이다. 미국이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중동 내 최대 시아파 국가인 이란도 이라크에 파병해 이라크-미국-이란의 세 축이 한 편이 돼 IS와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수니파 맹국인 사우디는 지난 달부터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 함께 예멘을 공습하고 있다. 예멘내 시아파 반군인 후티가 예멘 정부를 몰아내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사우디는 후티를 이란이 지원한다고 의심해 이번 공습에 뛰어들었다.
양 종파 간 갈등은 현재 방미 중인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의 ‘작심 발언’에 의해 더욱 노골화됐다.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알아바디는 15일(현재시간) 백악관 블래어하우스(영빈관)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의 예멘 공습은 이유 없는 공습이며 민간인들만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또 “예멘 문제는 예멘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서 “사우디가 지역 패권을 쥐려고 예멘 공습에 나섰고 예멘 이후 또 어디를 공격할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알아바디는 아울러 “미국도 사우디의 예멘 공격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델 알주바이르 주미 사우디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알아바디 총리 주장은 옳지 않으며 민간인 피해도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미국의 그 어떤 누구도 예멘 공격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은 사우디가 공습을 잘 할 수 있도록 사전에 드론을 띄워 정보를 입수해 사우디에 건네주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백악관도 해명에 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를 비난하지 않았으며 공습으로 인해 예멘 사태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대치에 대해 제임스 제프리 전 주이라크 미국 대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현재 중동 전체가 수니파 왕정과 수니파 극단주의 운동, 시아파 간 3자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이라크가 그 대결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있어 반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중동에서 더욱 거세지는 시아파·수니파 대치
입력 2015-04-16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