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심수창(34)은 한 때 출중한 실력과 함께 잘생긴 외모로 많은 여성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구위 저하로 인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저니맨’이 됐다. 이제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투구 폼까지 바꾸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심수창은 한양대 시절 아마추어에서 손꼽히는 에이스였다. LG 트윈스에 입단해서도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고 2006년 10승(9패)을 거두며 큰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배우 송승헌을 닮은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져 한 때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군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성장이 멈추면서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18연패를 당해 한국 프로야구 최다 연패 불명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타선 지원이 없었을 때도 있었고 잘 던지다가도 교체 타이밍이 빨리 이뤄져 승리를 날린 날도 많아 ‘불운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렸다. ‘신이 심수창에게 얼굴을 주고 승운은 주지 않았다’는 말도 나돌았다.
그 사이 심수창은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뒤 지난해에는 롯데로 팀을 옮겼다. 많은 팬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011년 8월 9일 당시 넥센 소속이던 심수창은 역대 투수 개인 최다 연패인 18연패를 깨고 승리를 챙긴 뒤 인터뷰에 나와 눈물을 흘렸다.
뒷걸음질치던 심수창은 올해 절박한 마음으로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이종운 감독의 영향이 컸다. 이 감독은 “10년 동안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심수창은 프로에서 줄곧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던 투구 폼을 스리쿼터로 바꿨다. 정확히는 오버핸드와 스리쿼터를 오가는 투구 동작을 열심히 갈고 닦았다. 심수창은 “오버핸드로 던질 때 공이 너무 깨끗하게 가는 단점이 있었다. 제구도 잘 되지 않았다”면서 “오버핸드와 스리쿼터를 병행해서 던지니 공이 좋아졌고,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꾼 투구 폼으로 심수창은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무려 1049일 만이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5이닝 동안 단 4개의 피안타를 허용하며 호투했다. 삼진도 개인 최다 타이기록인 7개를 잡아났다. 비록 2실점했지만 비자책이었다.
심수창은 8-2였던 6회 마운드에서 내려와 무려 1340일 만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의 난조로 승리는 다음으로 미뤘다. 당시 롯데 불펜은 심수창에게 큰 미안함을 가졌다. 동점을 허용한 김성배가 심수창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심수창은 “승리가 정말 어렵다”며 “18연패를 할 때에도 7번의 이길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날아간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래도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동안은 승리를 못하면 자책을 많이 했는데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주먹을 꽉 쥐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롯데 심수창 부활 날갯짓, 불운의 아이콘에서 이제 승리요정으로
입력 2015-04-16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