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거론했다. 일단 ‘검토’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 총리를 감싼다면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새누리당은 “문 대표의 해임건의안 검토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문 대표의 해임건의안 검토 방침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해임건의안 카드는 새누리당이 우려했던 시나리오다. 그것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것이다.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킬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결시켰다가는 ‘부패정당’이라는 후폭풍에 당의 존폐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임건의안을 덜컥 받을 수도 없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이 총리에게 물러나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새누리당 내 친이(친이명박)계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친박(친박근혜)계 간 내부 분열도 걱정이다. 야당과 싸우기 전에 당내 분란으로 자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나 27일 귀국한다. 박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할 총리까지 해임하는 초강수를 두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국정 1인자와 국정 2인자 모두 ‘부재(不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총리가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집권 여당이 자기만 살려고 의혹이 입증되지 않은 총리를 밀어내려고 한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총리 거취와 관련해서 아무 것도 안하자니 여론이 무섭고, 그렇다고 해임건의안이나 자진사퇴를 압박할 수도 없는 늪에 여권이 빠져든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장고에 빠졌다. 김무성 대표는 경기 성남중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 거취 문제와 관련해 “이 시점에 뭐라 얘기하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의원총회에서 당의 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의총 소집을 검토 중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해임건의를) 검토한다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게 있느냐”면서 “의총이 열리면 별 이야기가 다 나오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유 원내대표는 다만 의총 의제에 대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전반에 대해 하는 거지, (이 총리의) 사퇴 하나만 잡아서 의총을 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열릴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자리에서 이 총리 거취에 대한 큰 흐름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野, 이완구 해임건의안 카드… 진퇴양난에 빠진 여권
입력 2015-04-16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