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의리파’로 거명된 4명 곤혹

입력 2015-04-16 16:50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의리를 지켰다”고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과 윤상현·김태흠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소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논란에 엮이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다 자칫 의리를 지킨 게 ‘로비가 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다.

김 의원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구가 가깝고 국회 특위 활동을 같이 한 인연으로 성 전 회장이 힘들어하는 이야기 들어주고 위로해준 일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리스트에 등장하는 사람들이야 의사 결정권이 있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저 동료 의원일 뿐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윤 의원 측 인사도 “성 전 회장이 윤 의원에게 굉장히 여러 번 전화했다”며 “전화를 잘 받고 모른체하지 않아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성 전 회장이 억울해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부 언론은 성 전 회장이 지난 7일 가족회의에서 이들 4명을 거론하며 “난 끈 떨어지고 돈도 없는데 의리를 지키더라. 내 공과 억울함을 알아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이름이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이) 부탁을 들어준 사람은 의리 있고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도 한 것 같은데, 메모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탁을 거절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소위 청탁을 안 들어준 사람이 메모에 다 올랐다”고도 했다. 이번 금품 수수 의혹이 성 전 회장의 앙심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