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내게 그냥 형님이 아니라 은인입니다. 그런 분이 떠나 비통합니다.”
가왕(歌王) 조용필(65)이 16일 오전 ‘전설적인 예능 PD’로 불린 진필홍 전 KBS 예능국장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부터 폐암으로 투병한 진 전 국장은 15일 입원 중이던 서울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일 병실로 문병했던 조용필은 1주일도 채 안돼 다시 빈소에서 고인을 만나야 했다. 그는 빈소에서 유족들을 위로하며 2시간가량 자리를 지키다 “내일 다시 (용인의) 장지로 가겠다”고 말한 뒤 떠났다. 쇼 연출의 대부이던 진 전 국장과 한국 최고의 가수 조용필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77년 대마초 파동에 휘말려 은퇴했던 조용필은 79년 ‘창밖의 여자’를 들고 복귀하는데, 그의 재기를 도운 사람이 바로 진 전 국장이었다. 대한극장에 열린 조용필 컴백 리사이틀의 연출을 맡았고 KBS ‘100분 쇼’ 등을 통해 재기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인연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평생 진한 우정을 나눠왔다.
조용필과 함께 고인을 병문안했다는 김성일 가넷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형님(고인)이 투병하면서 조용필을 보고 싶어 했는데 병실에서 만났다”며 “조용필은 ‘올 연말에 공연하니 그때 형님을 초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각종 쇼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이미자, 패티김, 남진, 나훈아 등 많은 스타들을 길러냈다. 또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비롯해 2001년 12월 월드컵 본선 조 추첨 행사, 2002한일월드컵 4강 진출 광화문 축하공연,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전야제 등의 연출을 맡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조용필 "은인 떠나 비통"…진필홍 전 KBS국장 빈소서 눈시울
입력 2015-04-16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