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46·KIA 타이거즈) 감독의 키는 180㎝다. 몸길이의 절반인 허리춤보다 조금 아래가 약 3피트(91.44㎝)다. 김 감독은 3피트를 재기 위해 바닥에 누웠다. 상대 주자의 3피트 아웃을 심판에게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15일 밤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5대 2로 앞선 7회말 2루 베이스 앞에 드러누웠다. 심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였다. 무사 1루에서 2루를 훔친 LG의 주자 문선재(25)가 베이스터치와 관계없이 3피트 아웃을 당했다고 김 감독은 주장했다.
3피트 아웃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행한 야구규정에 명시돼 있다. 주자의 아웃을 다룬 7.08항에서 a-1조로 가장 먼저 기술한 부분이 3피트 아웃이다.
야구규칙은 ‘주자가 태그를 당하지 않기 위해 베이스를 연결한 직선으로부터 3피트 이상을 벗어나 달렸을 경우’를 아웃으로 규정한다. 다만 ‘타구를 처리하고 있는 야수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벗어났을 때는 무방하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문선재는 견제구가 1루로 들어올 때 2루로 달렸다. KIA의 2루수 최용규(30)가 넘어지면서 태그를 시도했지만 문선재는 절묘하게 피하고 넘어지면서 베이스를 손으로 쳤다. 주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문선재가 최용규를 피하는 과정에서 3피트를 넘어갔다고 봤다.
김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심판에게 얼굴을 붉히며 항의하다가 몸길이의 절반으로 3피트를 증명하기 위해 누웠다. 이 모습은 어린 아이의 투정처럼 보이기도 했고, 야구장에서 만취한 중년남성의 ‘배째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부 야구팬들이 드러누운 김 감독을 향해 조소를 날린 이유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하나에 치열함을 보여준 김 감독의 승부욕은 KIA의 올 시즌 초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KIA는 4점을 더해 9대 4로 승리했다. 중간 전적 8승5패(승률 0.615)로, 선두 삼성 라이온스(10승5패)를 1경기차로 추격한 공동 3위다. 8위로 꼴찌를 겨우 면했던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상승세다.
김 감독은 KBO가 경기의 속도감을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스피드 업’ 규정에 따라 퇴장을 당했다. 항의시간(5분) 초과가 이유였다. 올해 코칭스태프에게 내려진 첫 번째 퇴장 조치다. 김 감독은 1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렸다. 한 야구팬은 SNS에 “경기장에 드러누운 모습이 웃기기는 했지만 강한 승부욕에는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야구장 주폭의 배째라? 아니죠! 김기태죠… 3피트 아웃은 뭘까?
입력 2015-04-16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