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장동민 논란, 우리 사회의 이중적 잣대 드러내

입력 2015-04-16 14:07
장동민 인스타그램

최근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장동민(37)이 지난해 동료 개그맨들인 유세윤, 유상무 등과 팟캐스트 방송 ‘옹꾸라’ 34회에서 언급한 여성 비하 발언이 인터넷에서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장동민이 무한도전 식스맨 최종 후보 중 한 명으로 오르면서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누리꾼들이 그의 과거사를 캐던 도중에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이 담긴 방송 영상이 세상에 더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아무리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보다도 자유로운 여건의 팟캐스트 방송이라지만 워낙에 수위가 높은 위험한 발언이었던지라 당시 방송 직후에도 시청자들의 항의로 인해 이미 사과를 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성의한 말투에다 ‘일반 남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 진정성이 없는 사과였다고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또다시 논란이 일자 장동민 측은 재차 사과를 하고 무한도전에서도 자진하차를 했지만 여전히 누리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데요.

장동민 논란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남녀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을 대두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세 사람은 방송에서 성적인 면에서 구시대적인 ‘처녀 판타지’에 집착하는 모습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멍청해서 말이 안 통한다는 등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만일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들이 이와 동일한 수준의 발언을 했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보다 굉장한 후폭풍이 몰려왔을 겁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180㎝ 이하의 남자들은 다 루저’라고 말했던 홍익대 출신의 이모 씨는 그 이후로 인터넷에 신상이 다 밝혀져 취직도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폐지된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녹화 당시 예원과 이태임의 욕설 사건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 진행자들의 수위 높고 자극적인 여성 비하 발언은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뒤늦게 철퇴를 맞는 반면, 여성 출연자들에겐 보다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냅니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들은 장동민의 언행을 칭찬하며 그의 편을 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의 양성 평등의 현실, 장동민 논란은 그런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는 일로 씁쓸하게 만듭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