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90% 자진삭감 미국 CEO 댄 프라이스 화제…“직원들 최저 연봉 7만달러로”

입력 2015-04-16 14:19
미국의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120명의 전 직원에게 앞으로 3년 안에 최소 7만달러(7670만 원)의 연봉을 지급하겠다면서 그 대신 자신의 급여를 스스로 90% 깎기로 약속해 화제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기업인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 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 같은 새로운 임금 방침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15일 전했다. 직원들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으나 이내 환호성과 하이파이브가 터져나왔다.

프라이스가 19살 때인 2004년 설립한 이 회사는 연간 200만달러(21억9000만원)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잘 나가는’ 기업은 아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5260만원)다. 이번 조치로 임금이 오르는 직원은 7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비원, 전화상담원, 판매직 등 하위직 30명의 연봉이 거의 2배 인상된다.

프라이스는 이를 위해 현재 100만달러(10억9000만원)에 가까운 자신의 연봉을 직원들과 같은 수준인 7만달러로 끌어내리기로 했다. 또 올해 기대 수익 220만 달러 가운데 75∼80%를 인건비로 돌릴 예정이다.

NYT는 미국의 경제 핫이슈의 하나인 CEO와 직원 간의 임금격차 문제를 건드리는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연봉이 16% 오르게 된 이 회사의 한 영업 직원은 “모두들 사장의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 “부인에게 제일 먼저 전화했더니 ‘믿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입사 4개월인 25세의 여직원은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뒤 홈리스 생활을 하는 등 어렵게 살았는데, 이제 자신의 연봉이 부모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 많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CEO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행복에 관한 한 기사를 보고나서였다. 연간 급여가 7만달러에 못 미치는 계층에서는 ‘가욋돈’이 삶의 질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프라이스가 미혼인데다 이 회사의 주주가 프라이스와 그의 형뿐이어서 실천이 쉬웠던 면도 있었다. 프라이스는 “형은 신중한 반응이었지만 반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직원 간 임금격차가 커서는 안 된다면서 임금인상은 ‘도덕적 의무’라고 CNN머니에 말했다.

또 “나의 목표는 2∼3년 내에 예전 수준의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서 그때까지는 자신의 급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프라이스에게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로 공감을 표시한 CEO는 1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