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고, 노란 리본 못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다

입력 2015-04-16 11:21 수정 2015-04-16 11:25
국민일보DB

SNS에 한 목사가 남긴 ‘노란 리본을 달지 않는 이유’에 대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이하게도 그동안 기독교란 단어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며 종교 편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던 누리꾼들도 공감하는 반응들을 보였다.

글을 쓴 A목사는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정치인들. 정치인들이라고 다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별로 진실성은 없어 보인다”며 “사람에게 보이려고 길 거리에 서서 기도하던 바리새인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 노란 리본을 달 수도 있는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 자신은 선뜻 달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A목사는 “내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내가 안다. 그래서 나는 선뜻 노란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마음을 가지고 리본을 다는 건 비겁한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쉽게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광화문 추도예배에도 가지 못했다. 추도예배 하나 가 놓고 자신을 변명할까봐 차마 못갔다고 말했다.

A목사는 “노란 리본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고, 노란 리본 못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다”며 “너는 네 식대로 아파하고, 그냥 나는 내 식대로 좀 아파 하자”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고 추모를 하는 것이고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았다고 해서 추모의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님을 전달하고자 했다.

‘어느 인기목사의 세월호 추모’ 글 전문이다.

세월호 1주기.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정치인들.정치인들이라고 다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별로 진실성은 없어 보인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길 거리에 서서 기도하던 바리새인 같은 느낌이 든다.

내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내가 안다. 그래서 나는 선뜻 노란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리본을 다는 건 비겁한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쉽게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

막내 아들이 광화문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도예배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난 함께 가지 못했다. 추도예배 하나 가 놓고 나를 변명할까봐 그것이 싫었다.

혹시 우리 막내 아들 녀석 내가 추도예배 같이 안 갔다고 세월호 사건에 대하여 생각도, 의식도 없는 애비라고 오해하지는 않았을까 조금은 걱정된다. 그건 아닌데…

노란 리본을 달면 종북 좌파로 몰리기 십상이다. 높은 뜻 정의교회 오대식 목사의 페이스 북을 보았다. 큰 일 할 목사가 노란 리본 달고 다니면 안 된다고 누가 충고했다는...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노란 리본을 단 오대식 목사가 나는 좋다.

그래도 난 선뜻 노란 리본을 달지 못하고 있다. 큰 일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종북좌파로 몰릴까봐도 아니다.

누군 노란 리본 달았다고 뭐라 하고.
누군 노란 리본 안 달았다고 뭐라 하고.

누가 뭐란다고 노란 리본 안 달 수도 없지만,
누가 뭐란다고 노란 리본 달 수도 없지 않은가?

노란 리본 달았다고 뭐라 그래도 안 되고,
노란 리본 안 달았다고 뭐라 그래도 안 된다.

노란 리본 달았다고 다 바리새인도 아니고,
노란 리본 안 달았다고 모두 다 보수 꼴통도 아니다.

우리 높은 뜻 교회에는 노란 리본 단 목사도 있고,
나처럼 노란 리본 안 단, 아니 못 단 목사도 있다.

노란 리본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고,
노란 리본 못 단 사람도 세월호가 마음 아프다.

너는 네 식대로 아파하고,
그냥 나는 내 식대로 좀 아파 하자.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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