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에 우주를 담다 아는 것을 버린 원의 작가 윤양호 개인전 청작화랑 4월 26일까지 30여점 출품

입력 2015-04-15 17:59
‘원 작가 윤양호(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선조형예술학과) 교수가 제31회 개인전을 연다. 서울 강남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펼치는 전시에 내놓는 작품의 제목은 ‘아는 것을 버리다’이다. 동그란 원을 바탕으로 철학적인 의미를 전하는 시리즈 30여점을 선보인다.

동그란 점 몇 개로 구성된 화면은 보기에는 단순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팽팽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작품만큼이나 작가의 작업과정도 치열하기 그지없다. 캔버스에 아크릴로 종횡무진 붓 자국을 내거나 한지 등을 바르거나 찢어 콜라주기법으로 바탕을 구축한다.

시간과 행위의 연속 궤적을 형상화시킨 작업이다. 정적(靜的)이고 정적(靜寂)인 원은 무(無)이고 허(虛)이다. 있음과 없음의 순환관계가 그렇다. 작가는 당초에는 비디오 설치작업을 했다. 1996년 독일로 유학한 후 회화로 방향을 바꾸면서 원에 집착하게 됐다.

독일 뒤셀도르프대에서 미술을 공부한 작가는 동양적 세계관을 현대미학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에서 10여 차례 전시회를 열면서 솔드아웃(매진)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었다. 작가는 “크고 작은 물건들에도 둥그런 혼불이 번득이는데 그 의미를 찾아내고 거기에 미학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게 예술”이라고 말했다.

움직임과 시간성에 대한 관심을 기하학적 기본형인 원형에서 발견한 것이다. 원에서 깊이를 가진 동양문화, 특히 한국인의 원에 대한 깨달음의 깊이로 나아갔다. 원에 대한 작가의 사고는 단순히 둥근 형태를 벗어나 살구 씨 같이 긴 만돌라 형식인 점·점·점으로 함축됐다.

같은 원을 반복하며 천착하는 작업은 수행자 같은 예술로 승화된다. 화두가 깨달음이 아니듯이 예술 작품 또한 스스로 완벽한 무엇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본래 성품을 찾아가게 하는 안내자와 같은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작가는 “색과 형태를 버린다는 것은 속성 자체의 구분을 버린다는 의미”라며 “관람객에게 작품의 의미나 이미지를 강요하지 않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6일까지 계속된다(02-549-3112).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