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데러지원국 해제, 국교정상화 큰 매듭 풀려

입력 2015-04-15 20:54

미국 정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냉전 시절인 1982년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지 33년 만이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필수적 단계여서 양국 국교 정상화가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날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미 의회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에 대해 45일 이내에 찬반 견해를 밝힐 수 있으나 승인 권한은 없다. 이에 따라 쿠바는 미 의회 검토기간을 거쳐 테러지원국에서 공식 해제될 예정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91년 이후 쿠바가 테러 행위에 가담하거나, 좌파 게릴라들의 무장을 지원한 바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쿠바가 테러지원국에서 빠지면서 미국 국무부가 작성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시리아, 이란, 수단 등 3개국만 남게 됐다. 북한은 1988년 1월 지정됐다가 2008년 10월 해제됐다. 쿠바는 테러지원국 해제로 무기 수출 금지, 무역 제한이 풀리고 미국의 금융 체계도 자유롭게 이용할 길이 열렸다. 이번 조치는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1일 파나마에서 역사적 회동을 하고 개인적 신뢰를 확인한 것이 직접적 배경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워싱턴과 쿠바 아바나에 대사관을 재개설해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양국 협상이 이미 세 차례 열렸으나 구체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4차 협상의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부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쿠바 정부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인정한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비달 국장은 또 “쿠바는 테러를 조장, 지지, 지원하거나 은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테러 행위를 거부하고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이 성명은 쿠바 TV를 통해 방송됐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이날 백악관의 결정에 대해 “끔찍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쿠바계 히스패닉이지만 공화당 외곽 극우 강경조직인 티파티 소속인 그는 “쿠바는 여전히 테러지원국”이라며 “30년 전에 뉴저지에서 경찰관을 살해한 사람을 포함해 미국의 탈주자들을 숨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엔의 제재를 피해 북한의 무기 밀매를 도와주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도 “의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카스트로 정권에 가까이 다가갔다”며 검토 과정이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