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키맨'을 잡아라!

입력 2015-04-15 16:06
‘성완종 키맨’을 잡아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방향이다. 검찰은 이들이 성 전 회장의 불법자금 조달 및 정치권 금품제공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추궁을 벌일 예정이다.

검찰은 우선 성 전 회장을 보좌하며 금품 제공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 5∼6명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이 신뢰하는 핵심 인사들로 정국을 뒤흔든 ‘금품 쪽지’ 언론 인터뷰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수사팀은 이와 더불어 물증 확보를 위해 성 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비자금 사용처 추적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6일 성 전 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영장에 적시한 횡령액은 250억여원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을 구속한 뒤 전체 횡령액의 흐름을 쫓아가며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의 연관성을 캐보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 전 회장 사건이 여권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으로 전면 확대된 이상 자금 추적의 목적과 성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한데다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수사의 성패는 자금추적 성과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수사팀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전체 횡령액 250억원 가운데 본사에서 건설 현장에 보내는 지원금(전도금) 32억여원과 성 전 회장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대아건설 등 계열사로부터 빌린 것으로 알려진 182억원 행방이다. 나머지 30억여원은 코어베이스 등 부인 명의 회사의 용역계약금, 부인·아들 등의 급여와 퇴직금으로 사용됐다.

수사팀은 전액 현금으로 이뤄진 전도금의 경우 18대 대선 전인 2011∼2012년 집중적으로 회계상에 잡힌 점으로 미뤄 성 전 회장이 제공했다는 정치권 자금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도금 외에 성 전 회장의 대여금 182억원도 검찰이 쫓는 다른 자금 흐름이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갖다준 3000만원은 회사에서 빌린 돈”이라고 밝혀 대여금 용도를 둘러싼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당초 경남기업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대여금 액수가 꽤 크고 쓰임새가 명쾌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성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고 추가로 용처를 파악할 계획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특별수사팀이 자금을 따라가다 보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 외에 의외의 정치인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2002년 자유민주연합에 16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수사망에 걸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전례가 있는 성 전 회장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추가 물증과 ‘성완종 키맨’들의 진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5일 “성 전 회장이 여야 모두 두루 관계가 돈족하게 맺은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검찰 역시 “수사라는 게 생물이어서 어디로 흘러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