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시작되자 교회 고등부 학생들이 연단에 올라 세상을 뜬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예배당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명성감리교회(김홍선 목사)에서 열린 예배의 이름은 ‘기억주일예배’. 세월호 참사 때 하늘나라로 떠난 이 교회 학생 여섯 명을 기리는 행사였다. 성도들 앞에 선 김홍선(55) 목사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유족에게 다가갑시다. 유족에게 진정성 없는 말을 건네기보단 조용히 손이라도 잡아주는 게 진짜 위로입니다.”
예배를 마친 김 목사와 성도들은 교회에서 2㎞ 떨어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까지 추모 행진을 했다. 이들의 가슴에는 ‘추모와 기억’이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 리본이 달려 있었다.
‘기억주일예배’가 열리고 이틀이 흐른 14일 명성감리교회를 찾았다. 입구 계단에 내걸린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성도들이 적은 노란 메모지 150여장이 붙어 있었다. “해준 것이 없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못난 어른들의 잘못을 영원히 잊지 말고 천국에서는 행복하길 바랍니다.” “나중에 꼭 만나자. 사랑해 얘들아.”
목양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4월 16일을 회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인간이 만든 ‘사건’이었다”고 강조했다.
“참사 당일 진도에 내려가 목격한 아비규환의 현장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부와 언론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며 잘못된 정보를 쏟아낼 때 느낀 충격도 여전하고요.”
하지만 그는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에게는 돌보고 보듬어야 할 성도들이 있었다. 유족들과 안산 주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장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참사 150일째를 맞은 지난해 9월 15일 교회에는 전문 상담사가 상주하는 ‘힐링센터 0416 쉼과 힘’이 개관했다.
“유족들이 와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는 곳이어서 담임목사인 저도 누가 상담을 받고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센터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주민들 상대로 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김 목사는 지난해 유족들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벌인 단식에도 동참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회 현장을 살펴야 했기에 지난해 9월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절식(節食)만 3주간 실천했다.
“참사 이후에도 가슴 아픈 일이 너무 많았어요. 손자를 잃은 한 장로님은 찬송가 부르는 걸 참 좋아하셨는데, 참사가 있은 뒤에는 더 이상 찬양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명성감리교회는 교회이자 추모 공간이었다. 정원에는 애틋한 글귀가 적힌 노란 바람개비 수십개가 꽂혀 있었고 건물 곳곳에는 세월호와 관련된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건물 4층에 있는 테라스였다. 세월호 희생자 고 양온유 학생의 이름을 딴 ‘온유의 뜰’이었다. ‘온유의 뜰’에는 가죽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으며 나무 주변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김 목사는 “온유의 아버지인 양봉진 집사님이 지난해 여름 특별 헌금을 내놓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온유의 뜰’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헌금 중 일부로 ‘온유의 뜰’을 만들고, 나머지 헌금으로는 ‘고 양온유 장학금’을 운영하기로 했어요. 온유처럼 착하고 신실한 학생을 매년 한 명씩 선발해 장학금을 주기로 한 거죠. 모두 온유를 비롯한 희생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 벌이는 일입니다. 기억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안산=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안산 명성감리교회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법
입력 2015-04-15 15:39 수정 2015-04-26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