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청각장애 부모를 캐스팅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 사진첩에 가족사진을 단정히 정리해 나가듯 이길보라 감독은 청각장애인 부모가 사랑에 빠지고 자신과 동생을 낳아 키우는 과정을 차곡차곡 영화에 담아냈다.
이 감독의 가족은 여느 집과 다름없는 평범한 가족이다. 아빠는 미모가 뛰어난 엄마를 상사병을 앓을 정도로 쫓아다니다가 결혼에 성공했고, 외환위기 때 실업자가 되고 자영업에 나섰다가 실패하기도 한 현 세대의 전형적인 아버지다.
엄마는 젖이 모자라 아이에게 분유를 먹여야 했다고 속상해했으면서도 “아들, 스무 살 넘었으면 이제 젖 떼고 독립해야지”라고 쿨하게 말하는 전형적인 어머니다. 학교를 자퇴하고 자신의 삶을 배우겠다고 나선 딸과 고뇌하는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바리스타의 길을 걷는 아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가족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담아내면서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분류하는 세간의 시선에 이해와 저항을 시도한다. 카메라가 가장 오래 머무르며 관객의 마음에 들어가는 장면들 역시 청각장애인 부모가 손으로 나누는 아주 평범한 대화다.
감독이 직접 맡은 내레이션은 담담한 말투와 반짝반짝 빛나는 수화로 표현됐다. 평범하지만 세상에 만날 때는 다른 존재가 되는 부모를 위해 어릴 때부터 통역사 역할을 맡은 감독에게는 이 두 가지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일 것이다.
장애인 가족을 향한 호기심 또는 동정심 어린 시선은 모두 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관객이 할 일은 약간 다르지만 결국엔 비슷한 가족의 생활을 지켜보며 그들의 삶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이다. 장애인 소재 영화지만 칙칙하지 않고 밝다. 23일 개봉. 전체관람가. 8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딸이 청각장애 부모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유쾌하고 사랑스런 다큐 ‘반짝이는 박수소리’
입력 2015-04-15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