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꼭지 없는 수박´ 논란… 정부 ˝신선도와 무관, 유통시킬 것˝ vs 기관들˝아직 정리안돼˝

입력 2015-04-15 09:53
농림축산식품부가 꼭지와 신선도의 연관성은 없다며 ‘꼭지 없는 수박’을 유통시키겠다고 밝혔지만, 농식품부 산하 유관기관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지금처럼 꼭지를 영문 T자 모양으로 다듬지 않고 불과 1㎝ 정도만 남긴 수박을 이달부터 하나로마트 등 농협을 통해 시범 유통시키겠다고 밝혔다. 긴 꼭지와 경도(딱딱한 정도)·당도(단맛 정도)·과육(과일 속살)·색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만큼 수확 비용 절감 등의 차원에서 꼭지 없는 수박의 유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수박 꼭지로 신선도·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은 농업 전문기관들 사이에서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내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홈페이지 ‘농산물 구매 요령’에서는수박 선별법과 관련, “외형상 크기가 큰 것이 상품이고, 껍질이 얇고 탄력이 있으며 꼭지부위에 달린 줄기 부분이 싱싱한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도 홈페이지(www.naqs.go.kr) ‘농산물표준규격정보’ 코너에서 수박의 등급 규격 기준을 소개하며 “꼭지가 시들지 않고 신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오랫동안 꼭지를 보고 신선도를 판단해온 소비자 입장에선 수박 선택의 기준이 없어지는 셈인데, 유통업체가 이 같은 고객의 불편과 혼란을 무시하고 꼭지 없는 수박의 물량을 과연 얼마나 늘릴 수 있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15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홍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꼭지 없는 수박의 질을 보증해야만 대량 유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농식품부도 수박의 등급 규격 기준을 고치고 수박 판매대 옆에 당도·입고일 등을 적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